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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신용점수 700점대 맛집 사장님, 대출 어떻게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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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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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으로 소문난 한식당을 15년째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올 초 목돈이 필요해 사업자 신용대출을 알아봤지만 은행 문턱에서 번번이 거절 당했다. 다중 채무자인데다 신용점수도 700점대로 낮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 김씨에게 대출을 내준 곳은 카카오뱅크였다. 사업장 카드 매출정보, 중소기업중앙회 공제 납부이력, 자동이체 내역 등 비금융 정보를 통해 김씨의 사업역량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상반기 ‘소상공인 업종 특화 신용평가모형’ 도입 이후 1년간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금융정보 기반 평가로는 신용도가 낮아 대출이 거절됐던 개인사업자 6명 중 1명꼴로 대출을 받게 됐다고 9일 밝혔다.

이 신용평가모형의 특징은 대출이력 등 금융정보 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의 업종별 특수성을 반영하는 비금융정보까지 두루 살펴 신용도를 평가한다는 데에 있다. 예컨대 음식점업의 경우 시간대별 매출 정보를 분석해 ‘진짜 맛집’을 가려내 이를 해당 사업자의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식이다. 신용정보가 부족하거나 신용점수가 낮으면 아무리 사업역량이 뛰어나도 대출이 불가능했던 전통적 신용평가모형의 한계를 극복하고, 업종의 특수성까지 고려해 사업역량을 보다 정교하게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 모형에는 중소기업중앙회, 금융결제원, 한국신용데이터, 신용카드사에서 받은 납부 이력·매출 정보 등 다양한 비금융 정보가 평가 기반이 됐다. 카카오뱅크는 이 특화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4400여개의 변수와 2400만건의 가명 결합 데이터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이 특화 모형의 평가 변별력이 금융정보만 활용하는 신용평가사의 모형보다 최고 30% 개선됐다고 밝혔다. 현재는 음식점업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택배·퀵서비스·방문교사 등) 2개 업종에만 특화돼 있지만 향후 전자상거래 등 대상 업종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많이 공급하면서도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도 해야하는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비금융 정보를 활용하는 대안신용평가모형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금융정보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차주의 상환 능력을 최대한 정교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 네이버페이가 나이스평가정보와 함께 선보인 ‘네이버페이 스코어’는 33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네이버페이 이용내역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매출내역 등 비금융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고객의 이동정보·통신비 내역·요금제 정보가 포함돼 개인의 소비 패턴을 추정할 수 있는 통신 데이터 역시 대안신용평가를 위한 중요 자료가 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이 참여한 5개사 합작법인은 4700만명의 이동통신 가입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신용평가 모델 ‘텔코CB’를 개발했다. 지난달 19일 금융위원회 본인가를 받은 법인은 향후 이 모델을 케이뱅크, 신한카드 등 금융사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대안신용평가모형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대안신용평가에 활용할 만큼 비금융 정보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고, 평가 시스템 역시 고도화가 더 필요한 단계인 만큼 시중은행에서의 실용화는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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