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개막한 제77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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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영화인들의 큰 축제인 제77회 칸국제영화제가 14일 저녁(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막을 올렸다.

이날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프랑스 캉탱 뒤피외 연출, 레아 세두 주연의 개막작 ‘더 세컨드 액트’로 시작을 알린 칸영화제는 12일간 22개 작품이 경쟁에 올라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합을 벌인다.

메릴 스트립, 제인 폰다, 줄리엣 비노쉬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화려하게 시작된 이번 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참여는 그 어느 때보다 조촐하다. 한국영화는 경쟁부문은 물론 주목할만한시선, 비평가주간 등 주요 비경쟁부문까지 한 작품도 초청받지 못했다. 상업적인 대작영화를 상영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고전 영화를 복원하거나 영화계의 유산을 기리는 칸 클래식 부문에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 영화학교 학생들의 작품이 경쟁하는 ‘라 시네프’ 에 임유리 감독의 ‘메아리’ 등 단 세편이 초대됐다.

제77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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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의 꽃이라 할만한 경쟁부문은 지난해에도 진출하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는 유재선 감독의 ‘잠’이 비평가주간, 김창훈 감독의 ‘화란’이 감독주간,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이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는 등 7편의 작품이 칸에서 상영됐다. 2022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등 두편이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브로커’는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한국제작사 작품이라 한국영화로 분류된다.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한국영화 최초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뒤 2년에 한 번씩은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밖에도 ‘잠’이나 ‘다음 소희’처럼 재능있는 젊은 감독의 작품들도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아왔는데 올해는 이 분야에서도 한국 작품을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산업의 침체와 정책의 빈곤이 박찬욱, 봉준호를 잇는 차세대 감독들을 키워내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한국영화 지원 정책을 책임지는 영화진흥위원회는 4개월째 위원장 공석이 이어지고 있고, 영진위가 한국영화를 알리기 위해 해마다 칸영화제에서 개최해온 ‘한국영화의 밤’ 공식 행사도 올해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열리지 않는다.

한편 올해 주요 경쟁작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작품은 1974년 ‘컨버세이션’ 1979년 ‘지옥의 묵시록’으로 황금종려상을 두 번 수상한 뒤 45년만에 경쟁부문에 복귀한 85살 노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메갈로폴리스’다. 재난으로 파괴된 대도시를 배경으로 부패한 시장과 대립하는 건축가의 도시 재건을 그린 대작이다. 이란의 알리 압바시 감독이 도널드 트럼프의 젊은 시절을 그린 ‘어프렌티스’도 올해 최고의 관심작 중 하나다. 트럼프가 진행했던 리얼리티쇼와 같은 제목이다.

이밖에 아시아 감독으로 중국의 지아장커가 2018년 이후 6년 만에 경쟁부문에 신작을 냈고 ‘가여운 것들’의 요르고스 란티모스도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로 참여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