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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전직 중국계 CIA 요원 “조국 성공 보고싶다” 中에 기밀 넘기다 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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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함정 수사에 들켜

6년간 수만달러 받고 CIA 정보원 및 공작 사례 등 넘겨

“미의 가장 큰 위협 중국의 스파이 활동”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인 중국계 미국 언어학자가 간첩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다가 24일 유죄를 인정했다. 그는 최소 10년이상 중국의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 정보원에게 CIA내 정보원과 자산, 비밀 공작 기법 등을 건네왔고 이를 대가로 거금을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미 법무부는 2020년 8월 체포된 뒤 구금상태에 있는 알렉산더 육칭마(Alexander Yuk Ching Ma·72)에 대해 지난 2001년 중국 국가안전부 정보원에게 비밀을 제공하는 등 수많은 비밀을 넘긴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기소장에 따르면 그가 넘긴 비밀에는 CIA 정보원과 자산, 국제 공작 사례, 비밀 통신 방법 및 공작 기법 등이 포함돼 있었다.

현재 구금돼 하와이 호놀롤루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마는 홍콩 출신으로 1968년 하와이로 이민했다. 1975년 미국 시민이 된 마는 1982년 CIA에 취직해 이듬해부터 1989년까지 해외 공작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최고기밀 취급인가를 보유했다고 AP 등은 전했다.

이후 2001년 중국 상하이로 이주했고 이 즈음 중국 측에 정보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일보

중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기소된 알렉산더 육칭 마의 모습. 당시 법무부 기소장에 그의 모습이 담겼다. 지난 2019년 1월 마가 중국 정보 당국 요원으로 속인 FBI 비밀요원과의 영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AP 연합뉴스


마는 그해 하와이로 복귀해 호놀룰루 FBI 지부의 언어학자로 취직했다. 그러나 이는 마와 중국 당국간의 관계를 알아챈 FBI의 ‘함정 수사’였다. 법무부는 “마와 중국 정보기관과의 관계를 알고 있던 FBI는 수사 계획의 일환으로 마를 고용했다”며 “이후 그의 활동을 감시하고 중국과의 접촉을 조사할 수 있는 외부 장소에서 일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후 마는 FBI의 감시 하에 6년 동안 주기적으로 비밀문서를 복사, 촬영, 탈취해 자주 중국으로 여행하면서 매번 수천 달러와 골프채 등 고가의 선물을 받고 넘겼다고 한다. 총 받은 금액이 수만 달러에 달한다. FBI는 이를 고스란히 ‘증거’로 수집했다. 그를 기소한 검찰은 마가 중국 요원들로부터 받은 5만 달러를 세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정보 요원으로 위장한 FBI 비밀 요원에게 “‘조국(중국)’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도 미 법무부는 밝혔다.

마는 최근 검찰과 형량 협상에서 외국 정부를 위해 국가안보 정보를 수집해 넘긴 혐의를 인정하고 10년 형을 받는데 동의했다. 형량 협상에 동의하지 않았을 경우 종신형을 받을 수 있었다. 최종 판결은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다.

법무부는 과거 마에 대한 기소 당시 “중국 스파이 활동의 흔적은 길고 슬프다”며 “(이들 스파이 활동은) 권위주의 (중국) 공산주의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동료와 국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배신한 전직 미국 정보 장교들로 가득 차 있다”고 했었다. 그만큼 미국을 노린 중국 측의 간첩 활동이 거세다는 뜻이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과거 “미국의 정보 및 지적 재산과 경제 활력에 대한 가장 큰 장기적 위협은 중국의 방첩 및 경제 스파이 활동 위협”이라고도 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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