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백악관 참모, ‘사용 금지’ 정책 변화 시사
NYT “국경 인근 러 군사시설에만 허용 가능성”
미, 우크라에 “러 핵 경보시스템 타격 위험” 전달
우크라이나 소방관들이 23일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인쇄소에서 잔불 제거 등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하르키우=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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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서방 동맹은 물론 미국 정부 내에서도 ‘제한을 풀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산 무기를 활용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한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용인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링컨 "우크라이나 방어 위해 미국 입장 조정"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에서 제공받은 무기를 러시아 영토 타격에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확전을 우려,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등 미국산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쓰는 것만큼은 금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등 주요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계속 밀려나자 미국 내 기류도 바뀌고 있는 셈이다.
변화의 조짐은 뚜렷하다. 우크라이나 접경국 몰도바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현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도록 미국은 (러시아 공격 관련) 입장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정책 전환 가능성을 공개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짚었다.
조 바이든(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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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우크라 전쟁 후 가장 중요한 선택 직면"
백악관 참모도 거들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기존 정책을 유지한다면서도 “전장 조건 변화에 따라 우리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도 적절히 진화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행정부 고위 인사 2명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공격을 허용하는 문을 열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방어 능력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커졌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 두 명은 “(정책 변경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 선회’ 가능성은 유럽의 압박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는 자국을 공격하는 (러시아 내) 군사기지를 무력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의 사용 제한을 일부 해제할지 숙고할 때”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패전 방지’와 ‘러시아와 서방 간 전면전 억제’라는 과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 온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2월 개전 후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루이스 폰테네그로 포르투갈 총리와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리스본=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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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우려 과장" vs "전략적 안정 유지를"
NYT는 “바이든이 (러시아 본토 공격 불허) 방침을 바꾼다면 엄격한 제한을 둘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러시아 국경 안쪽 인근 군사기지 타격은 승인하되,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이나 주요 기반 시설 공격은 계속 금지할 것이라는 뜻이다. 신문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공식 발표하기보다는 미국의 포탄·미사일이 곧바로 러시아 군사시설을 타격하도록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공격 허용 시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미국 내에서는 이러한 엄포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확전 우려’가 과장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신중론도 여전하다. 지난 23, 26일 우크라이나 무인기의 러시아 핵무기 경보시스템 공격과 관련,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서방과 러시아 간 핵 억제를 비롯한 전략적 안정을 뒤흔드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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