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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멕시코 국경 잠정 폐쇄한 바이든…‘반이민 정서’ 올라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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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멕시코 국경을 통해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도착한 이들이 난민 신청을 하기 위해 국경순찰대를 기다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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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난민 신청자들을 상대로 멕시코 국경을 잠정 폐쇄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반이민 이슈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경쟁과 공방이 달아오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 멕시코 국경 무단 월경자가 일주일간 일평균 2500명을 넘기면 난민 신청을 접수하지 않고 곧장 추방할 수 있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단 월경자가 일평균 1500명 미만으로 줄어야 2주 뒤 망명 신청 절차를 재개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무단 월경자가 일평균 3500명 수준이라 행정명령은 곧 시행에 들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자를 환영하는 미국 땅을 보호하려면 먼저 국경을 보호해야만 한다”며 “국경을 보호하지 못하면 입국하려는 사람들 숫자에 한계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월경자가 망명을 신청하면 풀어준 뒤 법원 심리를 받게 해왔다. 월경자 급증으로 망명 신청자가 법원에 출석하기까지는 평균 4년이 걸린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 이후 멕시코 국경 무단 월경자는 매년 200만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역대 민주당 행정부나 바이든 대통령 자신의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인 2019년 국경 폐쇄 등을 추진하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망명 신청자가 다른 나라에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상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이미 올해 초 공화당이 국경 통제 강화를 요구하자 이번 행정명령과 같은 내용의 법안을 제출하는 역제안을 했다. 하지만 문제가 가라앉으면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할 주무기가 사라질 것을 염려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반대를 종용해 이를 부결시켰다. 국경 통제 강화를 주문하고서는 이를 위한 입법을 방해하는 일종의 ‘반칙’을 한 것이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국경 통제 강화를 추진하는 ‘변칙’을 구사한 셈이다.



앞으로도 양쪽이 이민 문제를 놓고 수 싸움을 벌이고 충돌하면 더욱 강경한 반이민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규모 추방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월에 발표된 시엔엔(CNN)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8%가 ‘미등록’ 이민자 수백만명의 체포·추방에 찬성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론의 흐름을 타는 상대에게 더 밀리지 않으려고 승부수이자 고육책을 택한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대해 “바이든이 결국 국경에 대해 뭔가 하려는 시늉을 한다”며 “쇼”라고 반응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때 난민 신청자 강제 추방 정책에 대해 소송을 내 이를 저지한 미국시민자유연맹은 “난민 신청 금지는 위법”이라며 이번 행정명령 취소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는 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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