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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기후변화·팬데믹에 식량안보 위기 … 농업 교육 혁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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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이 민승규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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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첨단기술과 만나면서 최고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형 교육을 접목해 훌륭한 농업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임태희 교육감은 농업 전문가로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농촌진흥청장을 역임한 민승규 세종대학교 석좌교수가 진행한 대담에서 "농업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기 때문에 교육자로서 농업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임 교육감 지휘 아래 네덜란드 최고의 농업교육기관인 에레스(AERES)와 손을 잡고 여주자영농고·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를 혁신하는 작업에 나섰다. 임 교육감의 농업교육 혁신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농업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농업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다른 산업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1차 산업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1차 산업의 생산물 없이는 2차, 3차 산업도 의미가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식량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명 유지와 건강에 관련된 의약품도 기초 원료는 대부분 농업에서 나온다. 경제 구조가 바뀐다 해도 농업의 중요성은 전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교육자로서 농업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농업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과거에도 농업에 관심이 있었지만 국립한경대학교 총장(2017~2021년)을 지내면서 더욱더 관심을 갖게 됐다. 많은 사람이 농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총장 시절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대규모 토마토 유리온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온실을 운영하는 회장님께서 토마토 종자를 개당 1500원에 일본에서 들여오는데 이걸 매년 사와야 한다고 그러더라. 우리나라는 그런 종자를 키워낼 육종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종자로 키워낸 토마토 줄기에서 연간 수확하는 토마토가 20박스 분량에 달한다고 했다. 이보다 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있을까 싶었다. 우리도 농업에 첨단 과학기술을 잘 접목하면 엄청난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도에도 12개의 농업계 고등학교가 있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농업고등학교는 크게 도시형과 전문형으로 나뉜다. 도시형은 농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로의 진로를 탐색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전문형은 농업 분야로 진출할 학생들이 농업 관련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아쉽게도 경기도 내 농고는 전부 도시형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특성화고의 교육 정책 자체가 식량안보의 중요성이나 농업의 다원적 가치 등 농업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설계돼 있어 농업교육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교육청 입장에서 농업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농업에도 첨단기술의 접목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의 농업과는 다른 새로운 첨단농업이 부각되고 있음에도 농업교육은 그런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 심화, 코로나19 등 팬데믹, 전 세계 곳곳의 전쟁 등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 식량안보나 식량주권 같은 개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도 농업교육의 혁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매일경제

―여주자영농고에 주목한 이유는.

▷여주자영농고는 1945년 개교해 역사와 전통이 있고, 농업계 1급 정교사 자격연수 과정을 운영하는 등 '농업계 선생님의 학교'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다. 또한 학교 용지가 30만평에 가까울 정도로 넓어 다양한 실험·실증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농업을 시도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전문학사 동등 인정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농업경영전문학교를 통해 3+2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보다 전문적인 농업인을 양성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고 있어 국제화된 미래첨단농업학교를 운영할 최적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농업경영전문학교부터 혁신하고 그다음에 여주자영농고를 바꾸려는 이유는.

▷지금처럼 고등학교부터 전문학교까지 3+2 과정을 운영해야지만 전문성 있는 농업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두 학교를 동시에 혁신하기보다 먼저 전문학교를 혁신함으로써 학생들이 들어오고 싶은 학교로 만들면 여주농고를 거쳐 전문학교로 이어지는 3+2 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위로부터의 혁신을 통해 아래의 혁신까지 이끌어내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학교 혁신의 방향은 무엇인가.

▷크게 3가지로 보고 있다. 교육과정 혁신과 교육 환경·시스템 혁신, 그리고 교육의 질 제고와 교원 역량 강화다. 교육과정의 경우 원예, 축산, 조경, 농기계 등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과를 스마트 원예와 스마트 동물자원으로 나눠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전문 농업인 육성을 위해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려고 한다. 교육 환경은 선진국 수준의 농업교육 시스템으로 재구조화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전문성을 갖춘 교원을 확보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외 연수 제도를 운영하려고 한다.

―여주농고·전문학교 혁신을 위해 네덜란드 에레스(AERES)와 손을 잡은 이유는.

▷세계 최고의 농업강국으로 평가받는 네덜란드의 경쟁력 중 하나는 농업 인재 육성 시스템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농업인으로 진로를 정하고 직업교육을 받을 수도 있고, 다른 전문 직업인의 길을 선택했다가도 다시 농업인이 되기 위해 농업전문 응용과학대학으로 옮겨 전문성을 키우기도 한다. 에레스는 네덜란드에서 농업 인재를 육성하는 중등직업학교(VMBO)와 고등직업학교(MBO), 응용과학대학(HBO)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네덜란드 최고의 농업교육기관이다. 에레스가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를 여주농고·전문학교에 접목하고 싶어 에레스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여주농고·전문학교를 아시아인들이 찾는 국제농업학교로 만들려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농업을 하기에 기후조건이 가장 나쁜 나라 중 하나다.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혹한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조건을 이겨낼 수 있도록 고안된 우리나라의 농업기술은 상당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업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첨단 농업기술에 관심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우리나라로 농업 유학을 오려고 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국제농업학교 모델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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