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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소련과 함께 무너졌던 '북한 상호방위 조약', 푸틴이 부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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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옛 소련 시절 체결된 북·소 상호방위 조약, 53년 뒤 북·러 상호방위 조약으로 부활

머니투데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후 협정서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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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과 상호 방위 조항이 포함된 '포괄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양국이 상호 방위를 공식화한 것은 옛 소련 붕괴 이후 처음이다.


푸틴, 북한 상호방위 조약 체결…"군사협력 배제 안 해"


타스통신, 리아노보스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괄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서명한 협정은 한쪽 협정 당사자을 향한 공격이 발생한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오늘 서명한 문서에 따라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과 군사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의식해 우회 화법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회담에서 두 정상은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발사 기술을 제공하고,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포탄을 러시아에 지급하는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방에서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비난이 나왔지만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적으로 협력한 적이 없다고 일관해왔다.

크렘린궁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과 체결한 협정에 의료, 과학 분야 협력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푸틴, 미국 주도 세계질서 도전 의지 재확인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회담에서 세계정세와 현안을 논의했다"며 "북한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와 북한이 체결한 협정은 방어적, 평화적 성격을 지닌다"면서 "러시아와 북한은 정치적 동기를 지닌 제재에 반대한다"고 했다. 러시아와 북한에 제재를 시행 중인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을 향해 "조선 인민의 가장 소중한 친구"라며 "평양을 전세계가 주목한 지금 가장 정직한 친구이자 동지인 러시아 동지들과 기념식장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의 선견지명 덕에 두 나라가 강력한 합의에 서명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협정이 새로운 다극화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다극화된 세계'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 주도 세계 질서를 향한 도전 의지를 드러낼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이날 양국 정상회담은 두 시간 넘게 일대일 회담을 진행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회담 장소를 잠시 야외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더위 때문에 실내에만 진행됐다고 한다.


푸틴, 전용 의전차량 '아우루스' 두 번째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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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새벽 평양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영접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차량 속 사진은 푸틴 대통령 전용 의전 차량인 아우루스./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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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후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 최고급 차량 아우르스를 선물했다고 한다. 아우르스는 푸틴 대통령이 전용 차량으로 이용하는 차종으로, 그가 김 위원장에게 아우르스를 선물한 것은 지난 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역시 대북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

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제독에게 주어지는 단검과 차 세트를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초상이 새겨진 고급품을 선물했다고 한다. 리아 노보스티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대통령 보좌관은 "아주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선물"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선물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북러 군사 관계 확대, 서방 경계심 강해질 것"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북한은 옛 소련 시절인 1961년 상호 원조 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북한은 이 조약을 통해 상호방위를 약속 받았다. 그러나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조약 폐기를 선언했다.

2000년 양국은 우호 협력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기술, 경제협력이 골자였으며 군사개입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번 조약이 2000년 조약을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이 상호 방위 협정을 체결한 데 대해 가디언은 "조약 세부 사항이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다"면서도 "북한과 러시아 사이 경제적, 군사적 관계 확대로 인해 서방은 더욱 경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회담 이후 북한과 러시아 관계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그 뒤로 러시아는 유엔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 활동을 중지시키는 등 노골적으로 북한을 지지해왔다. 이에 북한과 러시아가 반(反)서방 동맹을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그들(서방)이 하는 모든 일은 어떤 식으로는 우리를 겨냥한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이익, 두 나라(북한과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러시아 협력은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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