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백령도서 실사격 훈련 재개
이번 훈련에 동원된 무기는 K-9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스파이크 미사일,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등이다. 총 290여 발을 백령도·연평도 남서쪽 공해상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했다. K-9 자주포는 서북도서 해병대 전력의 핵심이다. 최대 사거리 40㎞로 155㎜ 포탄을 분당 6~8발 쏠 수 있다. 천무는 최대 사거리 80㎞로 축구장 3배 면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다연장 로켓이다. 스파이크 미사일은 황해도 해안 갱도에 숨겨진 북한 해안포를 타격하는 무기다.
당초 우리 군은 북한 오물 풍선 살포에 맞서 지난 20일 서북도서 실사격 훈련 재개를 검토했다. 그러나 실제 훈련 재개에는 신중을 기했다. 서해 최전방인 서북도서에서 실사격 훈련을 재개하면 군사적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2010년 11월에는 해병대 연평부대의 K-9 자주포 사격 훈련을 빌미 삼아 북한이 122㎜ 방사포와 해안포로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한 적도 있다.
불 뿜는 스파이크 미사일 - 해병대가 26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한 포 사격 훈련장에서 스파이크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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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이 우리 정부의 경고에도 24~25일 이틀 연속으로 대남 오물 풍선을 살포하자 기류가 변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9·19 군사 합의라는 족쇄가 풀림으로써 서북도서에서는 언제든 실사격 훈련 재개가 가능했다”며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경고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해병대는 그동안 9·19 군사 합의 제약 때문에 해상 사격 훈련을 할 때마다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된 K-9자주포 등을 화물선에 실어 육지로 운반했다. 경기 파주·연천, 강원 강릉 등의 군 사격장으로 무기를 옮기는 비용만 한해 20억원대였다. 백령도와 연평도 화기가 훈련을 위해 육지로 이동했을 때 생긴 전력 공백은 김포·포항의 K-9 자주포로 메웠다. 비용도 문제였지만, 주둔지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북도서 방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해병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훈련은 최근 GPS 교란,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로 인해 9·19 군사 합의 효력이 전부 정지되고 시행되는 첫 서북도서 해상 사격 훈련”이라며 “오늘 훈련 이후에도 정례적인 해상 사격 훈련으로 해병대 화력 운용 능력 향상과 군사 대비 태세의 완전성 제고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해병대는 “이번 사격 훈련은 연례적이고 방어적 훈련”이라며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국제참관단 참관하에 사전 항행 경보를 발령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했다. 북한의 오물 풍선, GPS 교란 도발과 달리 국제적 공식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는 뜻이다.
정부는 서북도서 실사격 훈련 재개를 시작으로 대북 경고성 군사행동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서북도서뿐 아니라 실사격이 불가능했던 접경 지역 내 지상 사격장에서도 실사격 훈련이 이어질 전망이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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