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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6월모평 영어 1등급 역대 최저… 평가원 “수험생 수준 파악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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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절대평가 취지 무색

수학·국어도 체감 난도 높아

평가원 난도 설정 실패 지적

‘대학수학능력시험 예행연습’이라 불리는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역대 최저인 1%대를 기록했다. 국어·수학도 체감 난도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난이도 설정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원은 “수험생 수준 파악이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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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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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1등급 역대 최저

1일 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치러진 6월 모의평가에서 절대평가인 영어 1등급(90점 이상) 비율은 1.47%(5764명)에 그쳤다. 이는 2018학년도에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한 뒤 모의평가와 수능을 통틀어 가장 적은 수치다.

2등급(80점 이상)은 8%(3만1362명)로, 1·2등급 누적 비율이 10%도 되지 않았다. 상대평가인 과목의 경우 1등급 비율은 4%, 2등급은 누적 11%인데 1·2등급 비율이 상대평가 과목보다도 적게 나온 것이다.

교육 당국은 경쟁을 완화해 영어 사교육을 줄이고 교실에서 말하기·듣기 등 균형 있는 영어 학습을 하겠다며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교육계에선 영어 1등급 적정 비율을 10% 내외로 본다. 6월 모의평가는 영어 등급 따기가 상대평가보다도 까다로웠던 만큼 절대평가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입에선 수능 ‘과목별 등급 합’을 지원 조건으로 설정하는 대학이 많아 영어 등급 변화는 수험생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수학도 표준점수 최고점이 152점까지 오르며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후 가장 어려운 시험으로 기록됐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만점자가 받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점수가 떨어지면 최고점은 올라간다. 통상 145점 이상이면 어려운 ‘불시험’이라고 본다. ‘불수능’ 평가를 받은 2024학년도 수능의 경우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이었다.

국어 역시 표준점수 최고점이 148점에 달했다. 수험생들에겐 1교시 국어부터 3교시 영어까지 모두 쉽지 않은 시험이었다는 의미다. 국어 만점자는 83명, 수학 만점자는 697명이고 전 과목 만점자는 6명(재학생 2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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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일인 지난 6월 4일 서울의 한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2교시 수학영역 시험지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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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 “수험생 수준 파악 미흡했다”

교육 당국은 이 정도로 ‘불시험’이 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분위기다. 실제 시험 당일 교육부는 EBS 대표 강사들의 난이도 분석 결과를 제공했는데, 당시 EBS 강사들은 “전년 수능과 비슷하거나 쉽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평가원은 출제진의 생각보다 수험생들의 학력 수준이 낮았다는 입장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6월 모의평가는 통상 학력 수준을 시험해보는 시험의 성격이 강해 특별히 6월 모의평가에서 어렵게, 쉽게 내겠다는 기조가 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출제진의 예상과 고3 학생들의 학력 수준에 간극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이 시험을 더 잘 볼 것이라 예상했으나 예측과 달랐다는 것이다.

평가원은 또 수험생들이 ‘바뀐 출제경향’에 대한 적응을 잘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평가원은 “킬러문항을 배제한 상태에서 변별력을 유지하다 보니 중고난도 문항이 많아 시간 안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킬러문항 배제 기조에 3학년으로 올라온 재학생이 충분히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다. ‘출제경향 변화에 대한 적응도’가 체감 난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입시업계에서는 평가원이 의대 증원으로 상위권 ‘N수생’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시험 난도를 높였다고 보고 있다. 실제 올해 초 의대 증원 정책 발표 후 교육계에선 의대 진학을 노리는 상위권 N수생이 늘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평가원도 출제 과정에서 이런 경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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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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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6월 모의평가에서 실제 N수생 비율은 전년 6월 19.8%에서 올해 18.8%로 떨어졌다. 6월 모의평가에 N수생들이 생각보다 적게 지원한 데다가 올해 고3 학생 수가 예년보다 많은 원인도 있다. 실제 이날 평가원 관계자도 “졸업생 유입에 신경 써서 난도가 올라간 부분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평가원이 의대 증원으로 인한 반수생 증가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변별력을 너무 의식하고 출제한 것이 (난도가 너무 높아진)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의대 모집정원 확대 등 새로운 이슈 출현으로 수험생 수준 맞추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난도가 과도하게 높아진 것은) 당초 출제 의도와 무관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평가원은 향후 영어 영역은 절대평가 취지에 맞도록 적정 수준 난이도를 출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9월 모의평가와 수능에서는 6월 모의평가보다 난도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어와 수학은 이번 모의평가처럼 까다롭게 나올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최근 발표된 정부 방침(킬러문항 배제·사교육 경감 등)을 참고한다면 국어, 수학, 탐구는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게, 영어는 쉽게 출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험생들도 수능이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다. 임성호 대표는 ”킬러문항이 배제되더라도 수험생들이 난도를 어렵게 받아들이고 있고 결과도 동일하기 때문에 9월 모의평가가 쉽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수험생 입장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험생들은) 수능 때까지 어렵게 공부하는 학습패턴 유지할 가능성 높다”고 진단했다.

평가원은 이번 모의평가를 토대로 적정 난이도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올해 대입은 의대 입학 정원, 전공자율선택제 확대 등으로 어느 때보다 입시 변수가 큰 해인 데다가 실제 9월 모의평가부터 의대 입학을 노린 상위권 N수생 유입이 늘 수 있어 적정 수능 난이도를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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