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4 (목)

'상습 침수' 강남역 상인들 불안 여전…"올해도 방심 안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22년 당시 물에 잠긴 강남역 인근 도로


"10년에 한 번꼴로 큰비가 내린다고 하니 '올해는 넘어가겠다' 싶지만,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죠. 방심하면 확 가더라고요."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상가 건물 1층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권 모(53) 씨는 2년 전 강남역 일대가 온통 물에 잠기던 날을 잊지 못합니다.

이상할 정도로 많은 비가 퍼붓더니 저녁 무렵 식당 바닥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고, 손님들을 내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종아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습니다.

권 씨는 "근처에 주차해 둔 차를 빼려고 식당에서 나와 운전대를 잡았는데 도로에 온통 차가 뒤엉키는 바람에 얼마 가지도 못해서 결국 차를 버리고 몸만 빠져나왔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오늘(2일) 수도권 지역에서 장맛비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강남역 일대의 상인들과 주민들은 2년 전 악몽이 재현될까 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서초구 강남역 일대는 여름철 상습 침수 지역으로 꼽힙니다.

주변보다 10m 이상 지대가 낮아 서초동과 역삼동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인 탓입니다.

여기에 빗물 흡수가 안 되는 아스팔트가 많고, 서운로 하수관로로 빗물이 집중되면서 압력을 이기지 못한 맨홀 뚜껑이 열려 하수가 역류하곤 했습니다.

2010년 9월과 2011년 7월에도 집중호우로 강남 일대가 크게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그 밖에도 매해 장마철이면 곳곳이 물에 잠겨 '워터파크'란 오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2022년 8월 8일 밤은 특히 피해가 컸습니다.

당시 강남역 일대 건물 1층 및 지하층 식당과 카페, 약국, 스크린골프 연습장 등 곳곳이 물에 잠겨 상인들의 피해는 막심했습니다.

큰 피해를 본 상인들은 침수 이후 물막이판을 설치하고 모래주머니도 구비해 뒀지만 불안은 여전합니다.

십수 년째 강남역 일대에서 영업해온 자영업자 김 모 씨는 테이블 위 컴퓨터 본체를 가리키며 "계약서 등 자료가 생명인데 2022년 폭우 때 잠겨서 전부 날렸다. 그 이후로 중요한 건 책상 위로 올려둔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침수 피해로 컴퓨터와 냉장고를 전부 교체한 것은 물론 장판과 벽지 도배도 새로 했다고 합니다.

그는 침수 이후 설치한 물막이판을 매만지며 "물이란 게 아주 작은 틈만 있어도 새어 들어온다. 물막이판이 여유 공간 없이 딱 맞게 들어가야 하는데 살짝 뜬 것처럼 보여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고 우려했습니다.

식당 주인 권 씨는 "냉장고며 에어컨이며 전부 잠기고 식재료도 전부 버려 한동안 장사를 제대로 못 했다. 영업 피해가 제일 컸다"며 "그때도 비닐 막이라도 조금 치고 대비했으면 피해가 덜했을 텐데 예상치 못하게 들이닥치니 대비를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침수 이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식당 앞 공터에 모래주머니 여러 개를 쌓아뒀습니다.



SBS

2022년 침수 피해를 본 강남역의 한 자영업자가 물막이판을 매만지는 모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남역 일대 빌딩 곳곳에선 물막이판과 모래주머니가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습니다.

지하 주차장 사망 사고가 있었던 건물의 외부에서 지하 계단으로 이어지는 출입구에는 성인 키만 한 물막이판이 설치됐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추가 수해를 막기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장기대책의 경우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작년 폭우 이후 추진된 강남역, 도림천, 광화문 등 총 3개 대심도 빗물터널은 정부와 건설사 간 공사비에 대한 견해차로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했습니다.

올해 총사업비를 1조3천억 원대로 재조정하면서 가까스로 연내 공사가 시작될 전망입니다.

완공 예상 시점은 원래 계획보다 1년 늦은 2028년 12월입니다.

서초구는 강남역 일대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수관로와 빗물받이 준설 작업을 실시하는 한편 서운로 총 872m 구간에 하수암거(하수가 흘러가도록 땅속이나 구조물 밑으로 낸 도랑) 신설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다만 하수암거 공사 역시 애초 작년 말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저장물(토지에 설치·재배돼 공공사업 시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 이설 문제로 일부 구간이 아직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수해 예방을 위해 시민 스스로 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빗물받이 청소나 차수판 및 모래주머니 설치를 선제적으로 하는 게 좋다"며 "배수관 역류로 실내 하수도를 통해 물이 들어오기도 하기 때문에 차수판과 모래주머니를 뒀다고 방심하지 말고 역류로 인한 침수도 잘 확인하면서 신속히 대피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민들 스스로 비가 많이 올 때는 외출을 자제한다거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웅덩이나 물이 흐르는 도로는 되도록 건너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