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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美 민주 의원들, 실명 걸고 ‘바이든 용퇴’ 촉구...연판장까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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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바이든, 주말이 분수령

조선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통령 선거 TV 토론에서 혹평을 받은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바이든은 후보 자질이 부족하다”며 사퇴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측근에게 후보직 포기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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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으로 후보 자진 사퇴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그가 지난달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진 첫 TV 토론에서 참패하고 후보 교체론이 분출한 지 엿새 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바이든이 측근에게 향후 며칠간 여론 동향에 따라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포기할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이 혹평이 쏟아졌던 지난주 토론 이후 한 핵심 측근에게 ‘향후 며칠 내에 미국 대중을 설득하지 못하면 후보직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NYT는 이어 “바이든의 이 발언은 토론 참패에서 회복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신호”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백악관 출입 기자가 작성했고,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다(no)’라는 확인을 받았다”며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나 바이든과 측근의 내밀한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한 유력 매체의 보도가 나오면서 바이든의 자진 사퇴를 전제로 한 ‘후보 교체론’ 논의가 더욱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흐름 속에 바이든은 더욱 코너로 몰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가 TV 토론 이후 더욱 벌어졌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되면서 ‘바이든으로는 대선이 어렵다’는 비관론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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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NYT와 시에나대가 토론 직후인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등록유권자 15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의 지지율은 41%로 트럼프 전 대통령(49%)과 8%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토론 전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을 6%포인트 앞섰는데 격차가 2%포인트 커졌다. 미 언론들은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州)에서도 바이든 지지율이 대폭 하락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진영에선 언론 인터뷰 및 야외 유세 등이 예정된 주말을 중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의 측근은 NYT에 “주말 일정을 잘 소화해야 하며 TV 토론같은 일이 벌어져선 안된다는 걸 대통령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공개 행

사에서 바이든이 노쇠한 이미지를 불식할 수 있을지가 사퇴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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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사진=로이터 뉴스1·AP 연합뉴스·게티이미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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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진영은 후보 교체론을 잠재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은 이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민주당 전국위원회 전화회의에 예고 없이 참석해 “나는 민주당의 리더이며 누구도 나를 밀어내지 못한다. 나는 (대선에) 출마한다”고 말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와의 맞대결을 지켜본 미국 유권자들에게 부각된 바이든의 나이와 건강 문제는 그의 재선 가도를 위협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바이든의 나이와 건강 문제를 지적하며 자진 사퇴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대통령이 진짜 사퇴를 고려하나.” “(출마 강행) 마음을 바꿀 가능성은 없나.” “왜 대통령이 지금도 피곤해 보이는지 설명해달라” 같은 질문 공세가 쏟아지면서 커린 잔피에어 대변인은 ‘방어’에 진땀을 뺐다. 바이든의 정치적 우군(友軍)이었던 주류 언론인 CNN과 NYT, 워싱턴포스트 기자들마저 일제히 바이든의 건강과 재임 가능성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 언론들은 “백악관 기자단이 이례적으로 바이든의 건강 문제를 두고 한목소리로 백악관 측과 날카롭게 충돌했다”며 “그만큼 정치 진영을 불문하고 바이든의 건강 상태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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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바이든이 출마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민주당은 더욱 동요하는 모습이다. 특히 바이든의 용퇴를 요구하는 연방 하원들의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라울 그리할바 의원(애리조나주)은 이날 NYT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그 자리(대통령직)를 지키기 위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 책임의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선거를 관두는 것”이라고 했다. 재러드 골든 의원(메인주)도 이날 지역 신문 기고문에서 “(바이든의 토론 모습이) 나를 동요시키지 않았다. 이번 대선 결과는 지난 몇 달간 이미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개월 전부터 이미 바이든의 패색이 짙어 보였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마리 페레스 하원의원(워싱턴주) 역시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토론에서) 우리가 본 걸 되돌릴 수는 없다.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앞서 전날 로이드 도겟 의원(텍사스주)이 민주당 인사로는 처음으로 실명을 걸고 바이든의 공개 사퇴를 요구한 뒤 민주당 강세 지역(메인·워싱턴), 약세 지역(텍사스), 경합 지역(애리조나)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사퇴 요구가 분출하는 모습이다. 한 민주당 보좌관은 “마치 댐이 터진 듯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바이든의 재선 포기를 관철하려는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행동’ 조짐도 관측되고 있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 하원에서 바이든의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이 작성돼 여러 버전의 초안이 의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민주당 하원의원 25명이 며칠 안에 바이든에게 후보 사퇴를 요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이 사퇴를 상정하고 새 후보를 선출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까지 시작됐다. 민주당 원내총무를 지냈던 짐 클라이번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은 이날 “바이든이 물러날 경우 일반 유권자도 후보 선출에 참여하는 ‘미니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2020년 대선 경선 단계부터 바이든을 지지했던 클라이번마저 ‘바이든 사퇴’ 시나리오를 언급하자 의회 일각에선 “바이든이 여론을 반전시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출구 전략’을 짜는 차원 아니겠느냐”는 전망도 나왔다.

바이든과 캠프는 후보 교체론이 대세론이 되는 흐름을 되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선 당 지도부를 단속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이든은 전날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이날 저녁엔 백악관에서 20여 명의 민주당 소속 주지사와 1시간 동안 대면 및 화상 회의를 여는 등 ‘집안 단속’에 나섰다. 이날 주지사 모임엔 민주당의 차기(次期) 주자로 거론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미 정가에선 “바이든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잠룡들의 출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차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도 이날 백악관 직원 전원과 전화 회의를 갖고 “(선거가 아닌) 국정 과제 수행에 집중해야 한다”며 “외부의 정치적 소음은 차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처럼 바이든이 민주당 지도부와 접촉을 넓히고 있는 것은 당 지도부나 중진들마저 후배 사퇴를 공개 요구할 경우 그가 대선 레이스에 남아있을 명분이 사실상 사라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각종 공개 일정을 수행하며 건재한 모습을 과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5일 토론 후 처음으로 ABC방송과 방송 녹화 인터뷰를 진행한 뒤 경합주 위스콘신에서 선거 운동에 나선다. 7일엔 역시 경합지인 펜실베이니아주를 방문해 유세한 뒤 다음 주 예정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선 기자회견 일정을 추가할 예정이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 등은 “바이든은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에서 잇따라 공개 일정을 잡았다”며 “그러나 TV 토론 때와 같은 모습을 다시 보일 경우 사퇴 여론은 걷잡을 수 없게 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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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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