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팬덤 정치’ 눈치에 거세지는 막말
김병주 “정신나간 국민의힘 의원들”
강민국 “아버지가 그렇게 가르치나”
배현진“뭐,뭐 쳐봐” vs 진성준“어디다 대고”
전문가 “국민소환제, 의장 차원 조치 도입해야”
김병주 “정신나간 국민의힘 의원들”
강민국 “아버지가 그렇게 가르치나”
배현진“뭐,뭐 쳐봐” vs 진성준“어디다 대고”
전문가 “국민소환제, 의장 차원 조치 도입해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법사위 진행 등과 관련해 문의하는 도중 개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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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깎아내리고 정치권을 분열시키는 ‘막말’이 여의도를 강타하고 있다. 채상병 특검법 처리 등 여야가 맞붙은 전장에서 나온 정치인들의 독설은 어느 때보다 협치가 필요한 22대 국회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막말은 ‘양날의 검’이다. 거친 언행은 ‘팬덤 정치화’된 정치권에서 지지층 호감을 손쉽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동시에 주요 선거 국면에선 스스로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나아가 증오와 혐오를 유권자들에게 일상화하는 부작용을 끼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인식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막말은 강성 지지층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에서 자주 터져나왔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논평의 ‘한·미·일 동맹’ 표현을 두고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라고 발언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의 막말과 고성이 오갔고 대정부질문은 파행했다.
운영위원장인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운영위원회에서 “진행을 수월하게 하라”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입 닫으라고 했다. 앉으세요”라고 발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사과를 요구하자 “그럼 이 시간에 계속 입을 열라고 하냐”라고 되물어 소란 속에 운영위가 정회됐다.
특히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거친 언행이 문제가 됐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에게 “저기요, 위원님 성함은 무엇이냐”라며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시라”고 비꼬았다. 이후 자신을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국민의힘 측에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받아쳤다. 지난달 21일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선 증인들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며 ‘10분 간 퇴장’ 명령을 반복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맞붙어 자극 수위를 키운 국민의힘도 책임소재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운영위에서 박 대행에게 “민주당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치나”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아버지’라고 칭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비꼬았다. 강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실에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질의를 하는 정을호 민주당 의원을 향해 “정 뭐? 저게 뭐냐, 듣도 보도 못한”, “초선이 건방지게” 등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유 의원은 법사위에서 ‘공부’를 언급한 정 위원장에게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하지 않았겠어요?”라고 받아쳤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정 위원장에게 “존경하고픈 정청래 위원장님”이라고 비아냥댔다.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 처리 문제를 둘러싼 필리버스터 종료에 대한 표결이 시작되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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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중단 표결을 앞두고는 진성준 민주당 의원과 배현진 의원이 막말을 주고 받으며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 의원이 단상을 에워싼 여당 의원들을 향해 “마무리하고 들어가세요”라고 소리치자, 배 의원이 이에 되받아치면서 두 의원 사이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배 의원이 고성을 멈주치 않자 진 의원이 “무슨 소리하고 있어”라고 소리치고, 배 의원이 다시 “어디서 반말이야”라고 맞받았다. 진 의원이 “무슨 소리야”라고 외치자, 배 의원은 “들어가”라고 되받았다. 진 의원이 “어디다 대고” 하면서 다가가자, 배 의원도 “뭐뭐뭐뭐 쳐봐”라며 다가갔다. 정청래 의원은 그 와중에 배 의원을 향해 ‘퇴거명령’ 손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정치인들의 거친 입은 상대편을 향한 증오감을 키우고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경향이 크다. ‘당심 결집’과 ‘민심 역풍’을 거치며 거대 양당 대결 체제는 결국 심화하고 정치가 진영논리에 묻히는 부작용이 잇따른다. 최근엔 정치인 테러로 비화하는 등 혐오 정치에 대한 사회 전반의 우려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 원인으론 강성 지지층을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지적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세계적인 민주주의 위기에서 온라인상 정치적 양극화가 굉장히 강해졌다”며 “강성 지지층은 주도권을 갖게 되고 정치인들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막말 강도가 점점 세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선 이런 상황을 크게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당원 중심’을 표방하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개딸’들 환심을 사려는 의원이 늘어나면서 ‘자성’은 요원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당원 커뮤니티에선 당원들이 김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밀자”며 적극 지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런 흐름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메시지를 던질 리더와 응집할 조직이 갖춰지면 자연스레 팬덤 정서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당 대표 후보들은 “윤심팔이”, “학교폭력 가해자” 등 상대 후보를 향한 자극적 표현으로 당원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의원들의 거친 입을 막으려면 결국 실질적 규제가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들이 웬만한 공무원들을 탄핵시키면서 본인들은 멀쩡하다”며 “국민소환제 도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막말을 할 경우 반대 강성 지지층에서라도 끌어내리게 하면 어느 정도 상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국회의장이나 윤리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의원들의 막말이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조치를 매뉴얼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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