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내달 전환… 서울서 11번째
“내년 고교학점제, 차별성 유지 난망”
학생 감소로 지원율 떨어진 영향도
서울시교육청은 이대부고가 올 5월 말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서를 제출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이날 청문을 진행했고 이달 중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자사고에서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 신청을 했을 때 교육부 장관이 동의를 안 해 준 경우는 없었다는 점에서 이대부고 역시 늦어도 다음 달에는 일반고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부고는 2019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재지정 평가 점수 미달을 이유로 자사고 8곳의 지정을 취소하자 이에 반발하며 다른 자사고와 함께 행정 소송을 제기하는 등 자사고 지위 유지에 적극적이었다. 지정 취소됐던 자사고들이 모두 승소했음에도 조 교육감이 항소하자 이대부고는 “교육감 퇴진 운동을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런 이대부고가 일반고 전환을 결정한 걸 두고 자사고의 자율권이 대부분 사라진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대부고 관계자는 “자사고는 수익자 부담인 대신 학생 선발권과 교육과정 자율권을 갖는 게 핵심인데 지금은 자율권이 거의 없다”며 일반고 전환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대중 정부 때 시작돼 이명박 정부 시절 확대된 자사고는 원래 일반고보다 앞서 학생들을 선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우수 학생을 선점해 일반고를 황폐화시킨다”는 이유로 일반고와 동시에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자사고의 장점 중 하나인 교육과정의 자율권도 내년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일반고에서도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해지면 더 이상 차별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자사고 지원율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일반고 전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대부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내년부터 2년간 25억 원의 지원금을 교육부와 시교육청으로부터 받게 된다.
현재 자사고는 이대부고를 포함해 전국에 34곳 남아 있다. 아직까지 추가로 일반고 전환 방침을 정한 자사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민 중인 곳은 적지 않다고 한다. 한 자사고 교장은 “대규모 미달로 학교 재정이 어려워져 교사 대신 시간강사로 수업을 때우는 곳도 있다. 미달 사태가 계속되는 곳은 자사고 지위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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