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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 (일)

1000만 유튜버가 '교제폭력·사이버렉카'에 무력했던 이유, 여성 향한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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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10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의 불법촬영과 ‘사이버렉카’의 협박 등으로 수년간 피해를 입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직장 동료와 변호사 등의 도움이 있었음에도 교제폭력과 협박에 장기간 괴롭힘을 당한 이유에는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엄격한 사회적 '이중잣대'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쯔양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속사 대표였던 전 남자친구 A씨에게 4년간 불법촬영과 폭행, 협박 등의 피해를 입었으며, A씨에게 받지 못한 정산금이 최소 4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과거 A씨의 명령으로 술집에서 일한 바 있으며, 뒷광고·탈세 등의 의혹도 모두 A씨의 독단으로 발생했다는 게 쯔양 측의 주장이다.

쯔양은 매일같이 벌어지는 폭력과 금품 갈취에도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A씨에게 저항한 뒤 벌어질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A씨는 쯔양에게 "(불법촬영물을) 주위에 퍼뜨리겠다"고 협박했으며 쯔양과 직원들이 있는 회사에 찾아가 카메라와 모니터 등을 부수고 "쯔양의 과거(술집 근무)를 전부 폭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가로세로연구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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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양은 무분별한 사적 제재로 비판을 받고 있는 '사이버렉카'들에게도 수천만원의 금품 갈취당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공개한 통화기록에 따르면, 유튜버 구제역은 쯔양의 과거를 비밀에 부친다는 명목으로 계약을 통해 5500만원가량의 금품을 받았으며, 함께 공갈을 모의한 유튜버 주작감별사는 구제역에게 300만원을 건네받았다.

구제역이 쯔양에게 수천만원을 갈취할 수 있었던 무기는 '쯔양의 사생활'이었다. 쯔양이 과거 술집에서 근무했었다는 제보를 받자 이를 공갈의 수단으로 삼아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제역과 주작감별사, 카라큘라는 "이거 알려지면 쯔양은 끝이다", "그 X이 이거를 거부할 수 있을까?", "쯔양이 지금 버는 돈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는 괜찮게 챙겨줄 것 같다", "이런 건으로 잘 해서 GV80을 샀다." 등 쯔양을 공갈할 방법을 공모했다.

결국 여성의 성에 가혹한 사회적 시선이 쯔양을 폭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12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가해자가 불법촬영물이나 과거 사생활 등 성적인 요소로 협박하는 경우, 여성 피해자들은 남성에 비해 큰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쯔양은 유튜브 활동으로 인지도가 있어 불법촬영 등의 피해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소장은 "교제폭력에서 남성 가해자가 여성 피해자에게 동거 사실과 성생활을 피해자의 부모에게 말하겠다거나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며 "남성 가해자의 성적 행위도 공개되는데 왜 남성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고 여성에게는 굉장히 큰 위협이 되는가. 결국 우리 사회가 남성과 여성의 성에 대한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유튜버 쯔양 생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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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폭력과 사이버렉카의 공갈에 대한 규제 공백도 쯔양의 피해를 더욱 키운 이유 중 하나다.

거제 교제살인, 하남 교제살인 등 교제폭력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정도의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지만, 21대 국회에서 교제폭력 관련 법안들이 임기 만료로 폐기된 후 현재까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다루는 법안은 입법되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에는 가로세로연구소 출신의 사이버렉카 '김용호'가 수 명의 연예인에게 부정적인 내용의 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억원의 금전적인 대가를 받아 수사를 받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사이버렉카를 대상으로 한 제재는 유튜브 자율규제에 의존하고 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5일 교제폭력 가해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가정폭력·친밀한 관계 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발의했다.

검찰은 구제역 등 사이버렉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하고 이들이 쯔양에게 돈을 뜯어낼 계획을 세웠는지 등에 대해 들여다볼 계획이다.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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