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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 (수)

젤렌스키를 푸틴, 해리스를 트럼프라 부른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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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기자회견서 사퇴론 일축

조선일보

“나를 내 원수와 혼동하시다뇨…”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입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의 실언(失言)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멋쩍게 웃고 있다. 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바이든은 젤렌스키를 ‘푸틴’이라고 불러 인지력 논란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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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푸틴 대통령”이라고 소개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부통령”이라고 언급하는 등 말실수를 반복했다. 대선 TV 토론 참패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후보 사퇴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고령(高齡) 우려를 잠재우려 나선 자리에서 또다시 실수가 나오면서 ‘인지력 저하’ 논란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워싱턴DC에서 막을 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일정에 이어 단독 기자회견을 여는 등 공개 행사에 잇따라 나서 ‘건재’를 과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식 일정에서 치명적인 말실수가 반복되자 미 언론들은 또다시 그의 인지력을 의심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회견 두 시간 전 우크라이나 지원 협약 행사에서 바이든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소개하면서 “신사 숙녀 여러분, 푸틴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연단을 떠나려던 그는 실수를 깨닫고 “푸틴 대통령? 푸틴은 우리가 패배시켜야 하는 사람”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라고 정정했다. 젤렌스키는 “(푸틴보다) 내가 낫다”고 웃으면서 받아쳤고 바이든도 “당연히 훨씬 낫다”고 했다.

행사에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선 자신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해리스 부통령의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해리스의 잘못)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애초에) 부통령으로 뽑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에)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다른 사람도 있지만 (후보를 바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는 정말 어렵다”며 지금 후보를 교체하면 당내 혼란을 가중시켜 승리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ABC뉴스·워싱턴포스트(WP)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5∼9일 미 성인 24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을 대체할 후보로 가장 많은 지지(29%)를 받았다.

잇따른 실수는 바이든을 둘러싼 인지력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바이든이 푸틴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대형 스크린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취재진 사이에선 “오 마이 갓”을 비롯한 탄식이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보다 부적절한 타이밍은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 주요 방송들이 실수 장면을 저녁 메인 뉴스에 포함시켰다”고 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서 “잘했어, 조!”라고 비꼬았다.

바이든은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진 이날 단독 회견에서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는 “내가 대통령으로 출마하기에 최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난 그(트럼프)를 한번 이겼고, 다시 이길 것”이라고 했다. 또 “대선 캠페인을 위해 갈 길이 멀다. 해야 할 일이 더 많기 때문에 계속 움직이겠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인지력 검사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미) 중요하고 강도 높은 신경학적 검사를 세 번이나 받았다”며 “의사들이 신경 검사를 받으라고 하면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치의들이 이미 건강하다는 판정을 내린 만큼 그가 검사를 추가로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회견은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은 초반부터 단호한 어조로 모두 발언을 했고, 59분간 이어진 회견에서 기자 열 명을 호명해 질문 열아홉 개에 모두 답했다. 종종 쉰 목소리로 말을 더듬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NYT 등은 “그는 회견 동안 때때로 방황했지만 실마리를 잃지는 않았다. TV 토론 당시의 최악을 반복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에선 바이든을 향한 공개 사퇴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날에만 미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짐 하임스 의원 등 하원 의원 6명이 공개 사퇴 요구를 내놨다. 이로써 하원에서 사퇴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의원은 15명으로 늘었다. 바이든 재선 캠프는 이날 상원 의원들과 비공개 오찬 모임을 갖고 사퇴론 수습에 나섰지만 우려는 가라앉지 않았다고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민주당의 최대 우군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숀 페인 회장 등도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에 최근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미 언론들은 “대선을 4개월 앞두고 바이든의 사소한 실수도 ‘건강 이상 징후’로 해석되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바이든은 사퇴론을 계속 안고 선거를 치러야 할 전망”이라고 했다.

계속되는 사퇴론의 배후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캠프 내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도 “오랜 친구(바이든)의 재선에 대한 오바마의 회의론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은 워싱턴 정가의 잘 알려진 비밀 중 하나”라며 최근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촉구한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의 NYT 기고를 오바마가 알면서도 막지 않은 일이 바이든 지지자들 사이에서 ‘배신의 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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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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