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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 (수)

희미해진 김봉진과 배민의 "연결"…지분도 인맥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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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배민의 배신②]

[편집자주] 국민 앱 '배달의민족'이 달라졌다.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주인으로 나선 지 4년여 만에 이익 실현을 본격화했다. 자유로운 기업문화와 자영업자의 상생 등 배민의 철학은 희미해졌다. 대신 수수료 인상으로 상생과 소비자 물가에 '적신호'를 켰다. 이윤 추구는 기업의 본질이라지만, 배민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DH 행보의 배경을 살펴본다.

머니투데이

배달의민족 김봉진 창업자./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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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이하 배민)'에는 더 이상 김봉진 창업자의 자취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디자이너 출신의 재기발랄함으로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을 장악했던 배민이지만, 김 창업자는 매각 4년여 만에 사실상 배민과의 연결고리를 대부분 끊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유의 '배민다움'을 강조했던 '김봉진의 사람들'마저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13일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김 창업자의 지분은 0%다.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지배하는 우아DH아시아가 99.07%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2019년 말 DH에 우아한형제들을 매각하며 설정한 김 창업자 보유 지분 매각 제한(Lock-up·4년) 시점은 지난해 말로 완료됐다. 이에 2022년 말까지만 해도 8.35%였던 김 창업자의 지분은 1년 만에 우아DH아시아로 옮겨졌다.

예견된 일이었다. 김 창업자는 배민 매각 당시 자신의 지분을 DH에 넘기고, DH 신주를 4년에 걸쳐 나눠받기로 했다. 또 DH와 함께 조인트벤처(JV) 우아DH아시아를 구성했다. JV의 지분 50%는 DH가, 45%는 김 창업자가 보유했다. 또 JV 의장직을 맡아 DH와 함께 아시아 사업의 확장을 추진하며, 배민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김 창업자는 지난해 7월 JV 의장직을 내려놓았다. 당시 그는 "인생의 큰 쉼표를 찍어본다"며 "'우리들의 배민'과 연결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연결마저도 느슨해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창업자는 4년에 걸쳐 받을 예정이었던 DH 지분 규모를 축소해 조기에 수령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배민의 성공 DNA를 바탕으로 아시아권에서 또 다른 성공신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당초 김 창업자와 DH의 공감대였지만,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각국의 배달 플랫폼 사업이 부진해졌고, 이에 따라 JV 내 김 창업자의 역할도 축소됐을 것으로 봤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 창업자가 손에 쥘 매각 대금이 줄어든 것도 변수란 평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2019년 말 60~70유로를 오가던 DH의 주가는 최근 20유로 안팎까지 떨어졌다"며 "당초 받을 대가를 줄여서라도 조기에 이익을 실현하는 게 김 창업자로선 합리적인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김 창업자는 보유한 DH를 상당 부분 처분하고, JV 지배력도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창업자 측의 영향력이 사라지고, 완벽하게 배민을 지배하게 된 DH 측이 최근 음식점주 수수료 인상 등의 결정을 통해 '이익 극대화'를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당초 B급 감성 마케팅과 독특한 기업 문화, 꾸준한 기술 개발 등으로 대표됐던 배민만의 장점도 희미해졌다.

과거 배민문화를 기억하고 이어줄 인사들도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김범준 전 CEO(최고경영자)는 네이버(NAVER)로 자리를 옮겼고, 공동창업자였던 김수권 엑스트라이버 대표, 김광수 본엔젤스 파트너 등도 매각 작업에 즈음해 일찌감치 배민을 떠났다. 초기 멤버 중 여전히 배민에 몸담은 이는 한명수 CCO(최고고객책임자) 등 소수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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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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