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방통위원장을 하려는 이진숙 씨는 또 다른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방송인 김미화 씨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언론탄압 국회 증언대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로부터 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핍박을 받았던 사람 중 하나"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 씨는 이 후보자에 대해 "우리 대중 예술인들이나 대중 예술 문화를 가지고 좌파 우파를 나누고 다시 '블랙리스트'를 만든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이 후보자가 지난 2022년 12월 한 보수정당에서 주최한 강연에서 좌파-우파 연예인 등을 나눈 점을 비판한 것이다.
김 씨는 "대중 예술하는 사람들은 좌파도 없고 우파도 없다. 그저 자기가 끌리는 것을 담아야겠다 생각하고 담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을 그렇게 나누다니, 그동안 블랙리스트로 대중 예술하는 사람들이 고통받은 것을 뻔히 보면서 어떻게 뻔뻔스럽게 그렇게 공개적인 자리에 PPT까지 띄우고 발표할 수 있었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자의 '블랙리스트'를 1950년대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던 '메카시즘'에 빗대며 이 후보자의 극우적 인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 7월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 언론탄압 증언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맨 오른쪽), 방송인 김미화(가운데)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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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이어 "제가 이진숙 씨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면 이진숙 씨는 저에게 큰 비용을 물어야 한다"며 보수논객 변희재 씨로부터 명예훼손죄로 13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대법원 판결문 내용을 언급했다.
김 씨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2019년 "불특정 다수의 대중으로 하여금 연예인인 김 씨가 친노 좌파이고 종북 좌파라는 편견을 가지도록 끊임없이 김 씨를 매도하는 기사를 확대 재생산해 김 씨의 사회적 평가를 크게 저하되도록 유도했다"며 김 씨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는 과거 문화방송(MBC)에서 라디오 진행 당시 '사장 김재철-홍보국장 이진숙' 체제에서 겪고 본 상황을 얘기하며 "이진숙 씨가 방송통신위원장이 된다면 다시 똑같은 일(방송의 공영성/독립성 침해)을 반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5.18 폄훼' 이진숙은 '우파 앵벌이'…방송이 흉기되면 시민이 응징할 것"
이 후보자가 광주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19살 고등학생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한 김용만 5.18서울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이 후보자의 "지금 방송은 공기 아닌 흉기" 발언을 언급하며 "공영방송을 흉기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건 이진숙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이 되고 난 이후 벌어질 일에 대한 자기 예언"이라고 비판했다.
김 상임이사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이미 그걸(공영방송이 흉기가 된 일) 체험했다"며 "우리가 그렇게 공수부대들에게 대검으로 찔리고 몽둥이도 맞고, 심지어는 집단 발포로 조준사격을 당해서 수십 명이 쓰러지는 그 사이에 대한민국의 방송은 뭘 했느냐"고 성토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진실을 왜곡했을 때 분노한 광주 시민들은 광주KBS 건물을 부수고 광주MBC에 불을 질렀다"면서 "공영방송이 흉기가 될 때 시민은 그걸 응징한다"고 강조했다.
김 상임이사는 이 후보자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이동욱·차기환 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 위원 세 사람을 "우파 앵벌이 집단"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극우세력이 조사위의 합의제 운영 원칙을 이용해 5.18의 진실을 공식 의견이 아닌 소수 의견으로 전락하게 한 것처럼 '이진숙 방통위' 역시 조사위와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과거 5.18 희생자들을 '폭도'와 '홍어족'으로 모욕하는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눌렀으며, 지난 2022년 대구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하면서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극우 성향 사업가로 알려진 표병관 씨로부터 500만 원의 후원을 받았다. 표 씨는 지난해 3월 한 유튜브에서 "5.18은 광주 전라도의 최고 상품"이라고 말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진숙 방통위 체제서 언론 참사는 불 보듯 뻔할 것"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당시 희생자들과 마약을 연관시킨 보도로 참사 초기 희생자들에게 쏟아진 비난을 상기하며 "언론의 정확한 보도가 얼마나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는지, 또 얼만큼 많은 국민들에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지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그(이진숙 후보자를 포함한 극우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생각하는 좌파의 기준은 현 정부에 대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면 무조건 좌파"라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좌파로 낙인 찍는 순간 이 참사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행동들이 좌파의 형성이 되어버리고 그렇게 국민들에게 알려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향후 '이진숙 방통위'에서 벌어질 일을 우려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와 KBS는 (참사 발생) 이틀 전부터 핼러윈 축제를 예고하면서 더 많은 청년을 이태원으로 불러냈다"며 참사의 책임을 방송에 돌린 바 있다.
김순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단원고 2학년 9반 진윤희 학생 어머니)도 "MBC의 세월호 참사 왜곡 보도 뒤에는 이진숙 후보자가 있었다"며 "2014년 MBC는 전원구조 오보, 보험금 계산 보상금 보도, 유가족을 작전세력과 깡패로 몰아붙이기, 유가족 조급증 비난, 선정적인 유병언 구원파 보도, 유민 아빠 사생활 파헤치기,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운회 공격 등 철저하게 정권의 입맛대로 세월호 참사를 왜곡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진숙 후보자가 방송통신위원장이 되면) 또다시 크나큰 언론 참사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라고 했다.
이진숙 후보자가 MBC 경영진으로 있을 때 두 차례나 해고당한 박성호 전 MBC 기자회장은 "이 후보자는 방통위원장으로서 적격이 아니다"라며 "2012년 MBC 총파업 당시 언론자유를 외치는 기자들의 외침을 억누르고 사장의 대변자로 나서면서 언론자유와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MBC 민영화 시도, 윤석열 대통령 대선 당시 선거 운동 등을 열거하며 "정치적 중립성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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