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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큐텐 물류자회사 큐익스프레스 "구영배, 최고 경영자직 사임"...책임 회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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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기자]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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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 대표가 싱가포르 기반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직에서 사임했다고 큐익스프레스가 27일 밝혔다. 사임 배경이 이번 사태의 법적 책임을 경감하기 위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후임에는 마크 리 큐익스프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임명됐다. 마크 리는 큐익스프레스 CFO와 CEO를 겸직한다.

큐익스프레스는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를 의식한 듯 CEO 교체를 알리는 공지에서 "인터파크커머스와위메프, 티몬글로벌, 티몬 등 다른 회사들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큐익스프레스는 유능한 이사들이 이끌고 있으며, 주주들에게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큐텐그룹 지배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큐익스프레스 CEO직을 내려놓은 데 대해 티몬·위메프 사태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전체의 피해를 막기 위한 일종의 임시방편이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재무통인 마크 리를 내세워 큐익스프레스가 추진해온 미국 나스닥 상장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마크 리는 그동안 구 대표를 도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실무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지난 2022년부터 2년 간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한데 이어 올 2월에는 북미·유럽 기반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시까지 사들이는 등 회사 규모를 늘려왔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이번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이를 수습하고자 최근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많은 중소판매자와 소비자가 엄청난 금전적 피해를 본 만큼 구 대표가 사재를 털어서라도 피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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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티몬·위메프가 당장 해결해야 할 대금은 소비자 환불금과 판매자(셀러) 정산금이다. 이 가운데 티몬·위메프는 가용 현금으로 소비자 환불을 우선 진행한 뒤 3000억원대에 달하는 판매자 정산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이들 플랫폼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이날 새벽 환불에 나서면서 유보금으로 마련했다고 밝힌 자금 규모는 30억∼40억원에 불과하다. 위메프도 지난해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71억원)과 매출 채권 및 기타 채권액(245억원)을 합쳐 가용 현금이 316억원 남짓이다.

특히 티몬의 경우 환불을 신청한 피해자 중 약 260명에게 총 10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했다며 추가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26일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나머지 잔액 19억 원을 지급하려 했으나, 큐텐 재무로부터 최종 부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류광진 티몬 대표도 자금 집행이 어렵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모기업인 큐텐의 자금 사정도 녹록치 않다.

싱가포르기업청에 따르면 2021년 말 큐텐의 누적 결손금과 유동부채는 각각 4310억원, 5168억원에 달했다. 올 2월 큐텐이 북미·유럽 기반 쇼핑몰 위시를 230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꺼낼 수 있는 현금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티몬·위메프는 상품 판매와 결제·환불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실상 영업중단 상태에 처해 있다. 자금 회전이 멈추면서 상품 판매를 통해 정산금을 돌려막는 구조는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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