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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55조 원을 휴지조각 만든 FTX 샘 뱅크먼프리드" [북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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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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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인피니트> 마이클 루이스 지음, 박홍경 옮김, 중앙북스 펴냄.

샘 뱅크먼프리드는 1992년 생으로 부모는 모두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다. 우수한 두뇌의 샘은 세계적 명문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금융업계에서 일하다가 2017년 알라메다리서치를, 2019년 FTX를 설립했다.

샘은 FTX 설립 2년여 만에 수십조 원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그는 '코인업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며 성공한 청년 기업가로 손꼽히게 됐다. 2021년 FTX는 기업가치 400억 달러(약 55조 원)을 상회하며 세계 제2의 암호화폐 거래소로 떠올랐다.

FTX의 지분 60퍼센트를 보유한 샘은 2021년 11월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자' 순위에서 최연소이자 유일한 20대로 32위에 올랐다.

당시 포브스지는 샘의 순자산을 225억 달러로 '다소 낮게' 평가하여 루퍼트 머독보다 한 단계 아래, 로린 파월 잡스(故스티브 잡스의 배우자)보다는 한 단계 위에 위치시켰다.

포브스지의 자산 담당 수석 편집자 체이스 피터슨-위돈은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샘은 자수성가로 손꼽히는 부자가 되어 '포브스' 목록에 새로 등장했다. 이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자산 규모를 훨씬 크게 평가할 근거도 있었지만 포브스는 가급적 보수적으로 평가하려고 했다"

◇ 29세 때 30조 원 巨富가 된 '암호화폐의 천재'

샘의 자산 규모 추정치를 철석같이 믿었던 포브스지의 경영진은 혹시 샘이 언론사를 인수할 의향이 있을지 궁금하게 여기기까지 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샘의 후원과 관심을 갈구했다. 콧대 높은 월가의 대형은행 수장들도 샘을 궁금해했다. 실리콘 밸리의 주요 벤처 캐피털 심사역들은 샘에게 투자하려고 줄을 섰다.

미국의 스포츠 스타 톰 브래디는 샘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세계적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는 샘의 암호화폐 거래소를 홍보하는 계약을 협상했다. 농구선수 샤킬 오닐은 샘과 손잡고 바하마의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를 꿈꿨고 영화배우 올랜도 블룸은 샘에게 영화 출연을 제의했다.

이 때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가 '암호 화폐의 천재' 샘 뱅크먼프리드를 우연히 만났다. 마이클 루이스는 영화로도 소개된 '머니 볼', '빅 숏' 등 경제 논픽션의 대가이자 금융 전문 저널리스트다. 그는 샘을 만나기 전만 해도 FTX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첫 만남에서 카고 반바지에 헐렁한 흰색 양말을 신은, 산만한 억만장자 샘은 저자에게 자신의 포부를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핵 전쟁, 전염병, 인공지능의 공격 등 인류의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한대의 돈(infinity dollars)'이 필요해요."

저자는 샘에게 깊은 호기심이 생겨, 그 자리에서 '당신이 어디까지 갈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1년여 저자는 샘을 밀착 취재했다. 덕분에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올랐다가 사상 최대 금융사기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기까지 롤러코스터를 탔던 샘의 인생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 "핵전쟁 등 인류 위협 해결하려면 무한대의 돈이 필요해요"

FTX는 파산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였다. CEO인 샘 뱅크먼프리드는 포브스지가 인정한 세계적인 유명 사업가였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고객 수백만 명이 몰려들어 이 곳에서 암호화폐를 구입하고 거래했다.

그러던 2022년, 회사의 불안한 재정 상태에 관한 소문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은 앞다퉈 FTX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그해 11월 FTX는 최대 500억달러(약 66조원)에 이르는 부채가 있다며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당시 FTX에는 수많은 금융사들이 투자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리먼 브러더스 파산 신청을 연상시킨다며 불안에 떨기도 했다.

FTX 파산보호 신청 직후부터 샘의 행적이 묘연했다. 한 달 뒤인 2022년 12월, 샘은 FTX 본사가 있던 카리브해의 조세 회피처 바하마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송환됐다.

이후 샘의 범죄 행각이 드러났다. 검찰은 그가 2019년부터 회사가 무너진 2022년 11월까지 고객 자금 100억 달러를 빼돌려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의 부채를 갚고, 바하마에 1640만 달러(약 213억원)짜리 호화주택을 매입하고, 정치인들에게 최소 1억 달러의 불법 정치 후원금을 제공했다고 봤다.

검찰은 2023년 10월 기소했다. 한달 뒤 배심원단은 사기, 자금세탁 등 7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2024년 3월 말 미국 뉴욕 맨해튼 법원은 샘에게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량은 징역 40~50년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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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법원, 징역 25년 선고...사기-자금세탁 7개 혐의 유죄

책에는 코인 열풍을 타고 샘이 어떻게 225억 달러(약 31조 원)의 재산을 형성했고, 그 모든 것이 어떻게 열흘 만에 0원이 되었는지, 그 광기와 패닉의 순간들을 담고있다. 책에 나오는 관련 대목을 보자.

'샘의 세계에서 일어난 많은 일은 일반적인 견제와 균형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벌어졌다. 외부 세계에 있는 다른 이들은 두드러지게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거래 자금은 오로지 샘의 주머니와 관련된 것으로 보였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20대에 샘처럼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도 성숙한 감독이나 기업의 일반적인 규정에 크게 제한을 받지 않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샘은 "실질적인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면서도 "이사회가 없으면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 때문에 세 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트위터 회의 직후 샘은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지만 다른 두 사람(이사)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다.'

'샘은 "새벽 3시에 도큐사인에 서명하는 데 개의치 않는다. 도큐사인 서명은 주요 업무다."라고 말했다. 도큐사인(DocuSign)은 전자서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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