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왕이(오른쪽) 중국 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을 회담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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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당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회담을 갖고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북한 관련 등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고 양국 외교 당국이 발표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회담 후 성명을 통해 “양자 간, 지역적, 세계적 핵심 이슈에서 양측은 개방적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나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도 “미국 국민과 세계에 중요한 협력의 분야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회담에 일부 성과가 있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경쟁을 책임 있게 통제하는 데 외교를 사용하고, 차이를 보이는 분야에서 솔직하게 토론하는 것의 계속된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진전과 함께 핵심 현안에서는 충돌이 이어졌음을 내비쳤다.
왕 위원은 미국의 계속된 제재에 대한 불만을 밝혔다. 왕 위원은 “(4월 베이징 회담 후) 3개월 동안 외교·재정금융·법 집행·기후변화 팀 및 양국 군이 소통을 유지했다”며 “하지만 미국은 중국에 대한 억제와 위협을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 더욱 심해졌다”고 했다.
대만에 관련한 입장은 한층 강경했다. 왕 위원은 “‘대만 독립’ 세력이 매번 도발할 때마다 중국은 반드시 반격할 것이며, 끊임없이 ‘대만독립’ 공간을 압박해 완전한 통일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원칙론으로 맞섰다. 블링컨 장관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최근 계속되는 북한의 쓰레기 풍선 도발도 논의했다고 미·중 외교당국은 밝혔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논의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은 또 한반도 형세 등에 대해 관점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문제에서도 양국은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러시아의 방위 산업체 기지를 지원하는 데에 대해 심각히 우려한다”며 “만일 중국이 유럽의 안보에 대한 위협을 줄이는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적절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미 국무부가 전했다. 왕 위원은 “미국은 일방 제재와 확대관할법(長臂管轄)의 남용을 멈춰야 한다”며 “중국은 단호하고 굳센 조치로 자신의 중요한 이익과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맞섰다.
미·중 외교 책임자들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진전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왕 위원은 “런아이자오(仁愛礁, 세컨드 토머스 사주의 중국명 ·필리핀명 아융인)의 시비곡직을 설명하고 중국이 필리핀과 정세를 관리하기 위한 임시 조치에 합의했으니, 필리핀은 말에 신용을 지켜 건축 자재를 옮기지 말아야 하고, 미국은 불씨를 옮기거나 말썽을 일으켜 해상 안정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세컨드 토머스 사주를 포함해 남중국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위에 우려를 표시하고, 미국은 항행의 자유와 국제법에 따른 분쟁의 평화로운 해결을 지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딩수판(丁樹範) 대만 정치대 명예교수는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양경찰선의 행동에 개입하기 어렵고, 베이징 역시 아세안 국가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위험을 관리 통제하는 선에서 한 발씩 물러섰다”고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과 왕 위원의 대면 회담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이번 회담은 지난 2월 17일 독일 뮌헨, 4월 26일 베이징에 이어 석 달 만에 이뤄졌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과격한 디커플링(비동조화)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질수록 미·중 당국 간 접촉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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