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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단독] “구영배 더는 못참아”...경영권 뺏기 나선 큐익스프레스 주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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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 구대표 지분 축소 논의
경영권 상실땐 대금 상환 차질

中알리는 위메프 인수설 부인


매일경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를 비롯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가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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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큐텐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꼽히던 큐익스프레스 경영권을 잃을 전망이다. 큐텐그룹 내 한국 계열사인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AK몰이 매각에 나선 가운데, 큐텐그룹 싱가포르 핵심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도 독자경영에 나서면서 구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 주요 주주와 채권자(FI)들은 최근 큐익스프레스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만일 FI가 보유한 전환·교환권을 활용하면 큐텐과 구 대표가 보유한 큐익스프레스 지분율(약 95%)을 50%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

복수의 FI는 2019~2021년 동안 약 1600억~1700억원을 큐익스프레스에 투자했다.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크레센도)가 2019년 우선주에 600억원을 투자했고, 코스톤아시아·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가 2021년 EB(교환사채)에 각각 300억원과 200억원 후반을 투자했다. 캑터스PE·산업은행PE도 2021년 CB(전환사채)에 약 500억원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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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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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익스프레스 우선주를 가지고 있는 크레센도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큐익스프레스 지분율 약 34.2%를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나머지 FI들이 사채를 전환·교환해 보통주를 확보할 경우, FI 연합이 50% 이상 지분을 가져갈 수 있다. FI측 한 관계자는 “FI 끼리 논의해서 구 대표 지분을 50% 아래로 떨어뜨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FI가 이 같이 나서는 이유는 티메프 사태와 거리를 두기 위해서다. 복수 FI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큐익스프레스 매출 중 큐텐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불과하다. 큐익스프레스는 동남아·일본·한국 등에서 직구 물류를 주로 담당하는데, 큐텐그룹 이외에도 이베이재팬을 비롯한 주요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티메프와 큐익스프레스 관계는 더더욱 미미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위메프가 큐익스프레스와 거래에서 지난해 발생한 매출은 12억원에 불과하다. 또 다른 FI 관계자는 “티메프가 큐익스프레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될 정도로 미미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티메프 사태로 인해 큐익스프레스까지 불량기업으로 낙인찍히게 되자, FI들이 연합해 구 대표 경영권을 박탈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큐익스프레스는 티메프 사태가 터진 직후인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구 대표를 CEO서 사임시키고 후임으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표로 임명했다.

만일 FI가 구 대표로부터 경영권을 뺏어오면, 큐텐그룹 지분 매각을 통해 밀린 정산대금을 갚겠다던 구 대표의 구상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인수자 입장에선 큐텐뿐만 아니라 큐익스프레스 경영권까지 염두에 두고 인수를 희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FI들이 알짜인 큐익스프레스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인수자 입장에선 큐텐을 산다고 하더라도 큐익스프레스 소수지분만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선 다양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FI가 막 논의를 시작한 만큼, 향후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밖에도 큐텐그룹 내 한국 계열사인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AK몰 등도 매각 절차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티메프 운영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고, 다른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도 정산 지연이 발생하면서, 담보대출이나 매각이 이뤄지긴 힘든 상황이다.

특히 큐텐 측은 알리·테무에 위메프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알리·테무 두 기업 모두 인수설을 부인했다.

IB업계선 이미 티몬·위메프보다 더 몸집이 큰 11번가도 기업가치가 3조원대서 5000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원매자가 없는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잠식기업이자 매년 1000억원 이상 적자가 나는 티몬·위메프를 인수할 곳을 찾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네이버·쿠팡 양강 구도와 메기 역할을 하는 중국 플랫폼(알리·테무)이 시장을 장악하거나 장악력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간에 애매하게 있는 이커머스 기업들은 현재로선 인수할 곳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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