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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재유행 조짐 코로나19”…‘인공 폐’로 치료제 개발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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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CH·한국화학연구원 공동 연구

-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인공 폐’ 모델 제작

헤럴드경제

3D 바이오 프린팅을 활용한 폐 모델 제작 방법과 실제 폐 모델 단면도.[POSTEC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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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호흡기 질환 감염 연구와 약물 테스트를 위한 인공 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정성준 교수는 한국화학연구원 감염병치료기술연구센터 김미현 책임연구원, 이명규 박사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호흡기 질환 감염 연구와 약물 테스트를 위한 인공 폐를 제작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생체 재료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평균적으로 10~15년의 세월과 1조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는 2D 세포배양이나 동물 실험 등 기존 연구 플랫폼이 체내 환경을 정확하게 재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려면 이를 정밀하게 모사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3D(3차원)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3D 인공 폐’를 만들었다. 3D 바이오프린팅은 세포와 생체 재료를 사용해 실제와 유사한 조직과 장기를 만드는 기술로, 재생 의학과 신약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불필요한 동물 실험을 대체하고 있다.

연구팀이 만든 ‘3D 인공 폐’는 실제 사람의 호흡기처럼 혈관 내피와 세포외기질, 상피층의 3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포 간 접합과 점액 분비 등 구조 및 기능이 실제 인체의 폐와 매우 유사했다. 이 모델은 상피층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첫 관문인 특정 단백질(ACE2, TMPRSS2)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극소량의 바이러스에도 감염 취약성을 보였다. 또한, 기존 2D 세포배양 모델은 감염 후 5일 내로 세포가 파괴되었던 반면, 연구팀의 모델은 21일 동안 감염으로 인한 세포 병변과 장벽 붕괴 현상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지속됐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감염 경로와 바이러스 증식, 숙주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실제 코로나19 환자 데이터와도 일치함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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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를 수행한 POSTECH한국화학연구원 공동 연구팀. 정성준(왼쪽부터) POSTECH 교수, 이윤지 POSTECH 박사과정, 김미현, 이명규 한국화학연구원 박사.[POSTEC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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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제(렘데시비르, 몰누피라비르)가 감염된 상피층에 도달하는 경로와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메커니즘도 완벽하게 재현했다. 기존 2D 세포배양 방식에서는 약물을 상피세포에 직접 투여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인공 폐 조직을 통해 약물이 조직 장벽을 투과한 뒤 효능이 평가되기 때문에 치료제의 효과와 적정 용량, 잠재적인 부작용을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성준 교수는 “학계는 10년 내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신약 개발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물론 코로나뿐 아니라 여러 호흡기 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현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해, 3D 세포·조직 배양 기술을 이용해 임상 연계성을 고려한 초기 효능평가 시스템을 개선하고, 이를 활용한 인체 감염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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