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지난달 31일 장을 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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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가 9분기 연속 줄며 역대 최장 감소세를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서울시내 음식점 폐업률이 코로나19 때에 육박하는 등 자영업자들도 위기를 맞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이자 비용이 늘어난 데다 가구의 실질소득 감소로 소비 여력이 줄면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올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102)는 1년 전보다 2.9% 감소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매판매액지수란 2020년 마트 등 소매점의 판매액을 기준(100)으로 두고 판매가 얼마나 늘거나 줄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내수 지표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부터 9분기 연속 감소했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감소세가 가장 길게 이어졌다.
영업 형태별로 보면 백화점(-6.9%)과 대형마트(-1.6%), 슈퍼마켓·잡화점(-7.6%), 편의점(-0.4%)에서 1년 전보다 매출이 줄었다. 인터넷쇼핑업체는 8.2% 늘었지만, 방문 및 배달 소매점은 7.9% 줄었다. 상품별로 보면 승용차(-13.2%)가 가장 많이 줄었고, 의복(-4.4%), 음식료품(-3.2%), 화장품(-2.5%) 등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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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가계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세금·사회보험료·이자 등)은 1년 전보다 1.2% 늘어난 107만6000원이다. 특히 비소비지출 중 이자 비용이 11.2%나 커졌다. 전세대출·사업상의 이유 등으로 빚을 낸 가구의 소비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고물가로 실질임금도 줄었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은 329만원으로 1년 전보다 1.1% 감소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가구소득은 1.6% 감소했다. 제조업과 건설업 부진으로 임금 체불도 늘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상반기 체불임금은 1조4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8% 늘었다고 밝혔다.
내수 부진은 자영업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1분기에만 약 6000개의 음식점이 폐업했다고 밝혔다. 1분기 서울시 음식점 폐업률은 4%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1분기(4.4%) 수준에 근접한다. 지난 5월 자영업자 은행 대출 연체율은 0.69%로 9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 보고서를 보면, 올 2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75.60으로 1분기(79.28)보다 3.68포인트 줄었다. 그 중 주점업 지수는 70.93으로 전체 외식업 세부업종 중 가장 낮다. 보고서는 “외식업 경기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의 침체 국면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내수 부진을 근거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2.5%로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춰잡았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내수가 나아지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8일 열린 시도경제협의회에서 “제조업·수출 호조세가 견조한 가운데 내수 회복 조짐이 관측되고 있지만 아직 부문별 온도 차가 있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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