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노동절을 사흘 앞둔 지난 4월28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메이데이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이 강제노동 금지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는 손펫말을 들고 있다.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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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 일자리에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도록 하는 ‘고용허가제’ 시행 20주년을 맞아 정부가 “업·직종을 확대하고, 숙련 이주노동자의 장기체류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주노동자 인력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최저임금을 빠짐없이 적용하는 등 권익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오기환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1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 주최로 열린 ‘고용허가제 20주년 기념 정책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서 “외국인력이 활동할 수 있는 업종과 직종을 다양화하고, 필요한 인력이 적시에 적재적소에 배치될 수 있도록 제도 유연화가 필요하다”며 “우수 인력은 정주와 영주를 유도하고, 노동시장의 구성원이자 시민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2004년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광업과 중소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 및 어업, 일부 서비스업에 E-9과 H-2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3월 기준 42만6408명이 해당 비자로 체류 중이다.
정부는 고용허가제 도입 규모를 늘리면서 업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시범사업으로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도 기존에는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던 고용허가제로 일하고 있다. 정부는 음식점 중 한식당만 가능하던 고용허가제 고용도 중식·일식·양식·주점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 담당관은 “단기적 인력부족 해소에서 나아가 지역 차원의 정주형 이민자 확보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이주노동자 도입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 담당관은 “산업구조 다변화로 미스매치 가능성은 늘고, 정책 대응이 필요한 인력수요와 관리 범주도 확대됐다”며 “부처·비자별 칸막이를 탈피해 ‘취업 가능한 전체 외국인’을 대상으로 산업안전·근로기준 감독, 훈련·고용서비스, 체류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외국인력 정책방향’을 주제로 발제한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본부장은 외국인력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할 수 있도록 체류관리 내실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사업장 이동과 이탈은 이동금지, 노동권보호 등 원칙론적 접근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매칭의 효율성, 장기근속인센티브, 법원칙 강조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최저임금 적용 제외 논쟁’을 두고는 “국적이나 인종에 따른 차등적용은 불가하다”며 “고비용 등 문제에 대해 임금근로조건의 변경을 통한 접근은 시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 양질의 서비스 제공 및 일자리 창출 제고를 위한 돌봄의 사회화와 이를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앞으로 노동부의 외국인력 정책은 보다 포용적이고, 유연하고, 체계적이어야 한다”며 “20년 전에 설계된 고용허가제의 원칙부터 재검토하고, 현장 수요에 부합하는 인력을 적시에 도입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편해 나가겠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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