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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117살 세계 최고령 할머니 눈 감기 전…“울지 마, 함께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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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마리아(오른쪽)가 지난해 8월 반려견 ‘파다’를 안고 있는 모습.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 엑스 계정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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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17살 생일을 맞았던 세계 최고령 할머니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가 세상을 떠났다고 AFP 통신 등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마리아의 가족은 이날 마리아가 생전 운영한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가 자신이 원한대로 평화롭고 고통없이 잠든 채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



19일 마리아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한 글을 엑스에 올렸다. 그는 “나는 약해지고 있다.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울지 마라. 나는 눈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위해 걱정하지 마라. 내가 가는 곳에서 나는 행복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나는 항상 너희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1907년 3월4일 태어난 마리아는 1904년 2월 프랑스에서 태어난 뤼실 랑동이 만 118살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지난해 1월 세계 최고령 생존자로 기네스북에 오른 바 있다. 1907년은 타이태닉호가 침몰하기 5년 전이고, 대한제국의 고종이 일본에 의해 강제로 퇴위당한 해이기도 하다. 지금껏 확인된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사람은 1875년 태어나 1997년 122살164일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프랑스 여성 잔 칼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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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가 지난 3월 4일(현지시각) 117번째 생일을 맞아 자신의 에스엔에스 계정에 올린 사진. 엑스 계정 갈무리


마리아가 생전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장수비결은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 그는 1월 기네스월드레코드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나는 좋은 운과 유전적 특질을 타고났다”면서도 “질서, 평정심, 가족 및 친구들과의 좋은 관계, 자연과의 접촉, 정서적 안정, 걱정이나 후회하지 않기,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 해로운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기” 등을 장수 비결로 꼽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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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세계 최고령 인물인 스페인의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가 21살이던 1925년 찍은 사진.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 엑스 계정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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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오랜 기간 소통해 온 과학자 마넬 에스텔라 바르셀로나대학교 유전학과장은 앞서 스페인 현지 매체 에이비시(ABC)에 “(마리아의) 가족 가운데 90살이 넘은 사람이 여럿 있는 것으로 보아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정신은 완전히 또렷하다. 심지어 그가 고작 4살이었을 때 일어난 일까지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장년층에게 흔히 나타나는 그 어떤 심혈관질환도 갖고 있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에스텔라는 마리아가 스페인 독감(1918)부터 스페인 내전(1936~1939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겪고도 살아남았다는 사실 역시 그의 장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뿐 아니라 마리아의 개인적 삶도 녹록치 않았다. 마리아는 가족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지 1년만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이후 그의 가족은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와중에 스페인으로 돌아가려고 대서양을 횡단하는 배에 올랐으나 항해 도중 아버지가 폐결핵으로 숨지고 말았다. 당시 배 안에서 형제자매들과 놀다가 넘어진 마리아는 평생 한쪽 귀의 청력을 잃고 살았다.



마리아는 1931년 의사와 결혼해 가정을 이뤘고 남편이 72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0여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슬하에 자녀 3명과 손자 11명, 증손자 13명을 뒀다. 2000년부터는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 지역의 올로트 요양원에서 지내며 커피와 요거트를 즐기고 반려견을 돌보며 평온한 삶을 영위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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