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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귀농·귀촌 민원 원스톱 서비스 창구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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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춘천 거주 액티브 시니어 인터뷰

편집자주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소장 배영ㆍ이하 ISDS)는 액티브 시니어(액시세대)가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지역이 어떤 곳인지, 액시세대를 불러들이기 위해 각 시·군은 어떤 노력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역을 찾아가 그 곳에서 생활하는 은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또 양적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해 해당 지역의 장점과 약점을 분석해, 10회에 걸쳐 매달 네번째 목요일에 게재한다.
한국일보

김옥현(왼쪽부터) 박의서 지형구 고중협씨가 지난 7월 16일 춘천시 지혜의숲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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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박의서 : 한국관광공사에서 근무하며 뉴욕, 밀라노 등에서 주재관으로 일했다. 이후 안양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활동하며 관광과 여행에 대한 글을 써왔다. 은퇴 후 아무 연고도 없는 춘천에 정착했고, 지금은 춘천 문화관광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고중협 : 올해 3월 퇴직 후 서울에서 화천으로 귀촌했다. 귀농학교에서 농사일을 배웠다. 아내가 아직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해 주말부부로 살고 있는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정착을 준비하고 있다.

김옥현 : 항만 분야에서 33년간 일하고 은퇴 후 2019년 춘천으로 이주했다. 처음에는 농사를 짓다가 최근 은퇴자 취업 지원 사업을 하는 ‘지혜의 숲’이 소개해 준 초등생 돌봄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바둑도 가르친다.

이민수(가명) : 50대로 상대적으로 일찍 은퇴 생활을 시작했다. 춘천 시내에 살고 있어 서울 생활과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한다. 춘천에서도 은퇴 전 쌓아온 산업공학 분야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기회를 찾고 있는데 쉽지 않다.

지형구 : 전국 최초 노후준비 지원센터인 춘천 지혜의숲에서 신중년사업팀장을 맡고 있다. 지혜의숲 재단은 신중년에서 노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돕는 것에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춘천은 도시와 농촌이 균형을 갖춰 은퇴자들이 정주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한국일보

지형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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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은퇴 후 귀촌과 귀농 계획을 주변 사람에게 얘기하면 긍정적 반응보다 부정적 반응이 더 많은 것 같다. 대중교통 의료기관 등의 부족, 농사일의 고됨, 배타적 지역 문화, 외로움 등이다. 귀촌 후 이런 부정적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김 : 귀촌과 귀농을 결심한 사람들은 이미 그런 문제들을 이겨내겠다는 각오를 한 사람들이다. 도시의 안락함보다 시골의 자유로움과 편안함에 더 큰 가치를 둔다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 춘천 시내에 살고 있는 은퇴자로서 도시를 떠났다는 생각보다는 도시의 편안함과 전원생활의 쾌적함을 동시에 누리고 있다. 서울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은퇴 준비자라면 서울과 춘천 주택의 차액만으로도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하지 않고 여유롭게 춘천에서 은퇴 생활을 즐길 수 있다.

고 : 나 역시 귀촌을 선택하고 이주했기 때문에 도시에서 누렸던 편안함은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퇴자들이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보다 보다 많은 도시의 은퇴자들이 귀촌·귀농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5도 2촌(일주일에 5일은 도시, 2일은 시골 생활)으로 시작해 점점 시골에 머무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도록 각 지역이 여건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_도시 거주 은퇴 계획자의 귀농·귀촌을 만류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은 아무래도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일단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부담감을 낮출 방안이 마련된다면 좋을 텐데.
한국일보

박의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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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 춘천 교외에 주로 살고 있지만, 서울 생활을 완전히 단절하지 않고 균형을 맞추며 살고 있다. 노년 생활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도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30만 인구 규모인 춘천은 생활 인프라 측면에서 은퇴자가 살기에 적당한 규모의 도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 춘천으로 거주를 옮길 때 나 역시 불안했다. 그래서 서울 집을 그대로 둔 채 이주했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은퇴자들은 이미 많다. 그 증거가 전국 농어촌에 설치된 농막이다. 그 농막을 양성화하고 다주택 중과 대상에서 제외만 해주더라도 귀농·귀촌을 시도하는 은퇴자들이 급격히 늘 것이다.
한국일보

고중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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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 귀농·귀촌 희망 은퇴자가 가장 처음 만나는 장애는 이주할 적합한 땅을 찾는 일이다. 전산화된 아파트와 달리 농지와 농가 택지는 일단 온라인에 공개된 매물 정보가 매우 부족하고 그나마도 부정확하거나 가격 같은 핵심 정보는 공개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결국 소문과 발품으로 구해야 한다. 나도 그 과정이 4년 걸렸다. 돈이 안 돼 민간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나섰으면 좋겠다. 또 마음에 드는 땅을 찾았다고 해도 그 땅을 내가 원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집은 지을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도 너무 어렵다. 군청 등의 관련 부서도 너무 많고 또 답변도 제각각일 경우가 많다. 이렇게 귀농·귀촌 희망자의 정착을 돕기 위한 땅과 주택 매입, 용도 변경 등의 절차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부서와 창구부터 마련돼야 한다.

김 : 막상 귀농하고 나니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집안 내 가전제품 상하수도 등의 고장을 수리하고 주택을 관리하는 일이다. 또 기본적인 농사 도구와 기계를 다루고 유지 보수하는 것도 전혀 배우지 못한 채 귀농해 이를 익히느라 어려웠다. 귀농·귀촌에 꼭 필요한 기초 지식과 기능을 배울 수 있는 교육시설을 마련한다면 좋을 것이다.
한국일보

김옥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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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은퇴자가 귀농·귀촌을 망설이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경력, 동료 네트워크와의 단절 두려움이다. 낯선 곳에 정착하는 외로움도 적지 않았을 텐데.

이 : 춘천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은퇴자가 일할 수 있는 분야는 환경 미화 등 단순 일용직뿐이다. 은퇴자가 파트타임이나 보수가 적더라도 은퇴 이전 쌓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부족하다.

박 : 은퇴 이후에는 기존에 유지하던 각종 네트워크를 정리해야 하는 게 순리다. 귀농·귀촌을 생각한다면, 은퇴 전 동료와 네트워크를 유지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은퇴자들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은 교통, 문화시설, 사회 관계보다 아직은 ‘서울과의 접근성과 병원’ 두 가지다.

김 : 외지인이 농촌 동네에 들어오면 살던 사람들이 긴장하는 건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동화해야 한다.

_은퇴자의 생활 터전으로서 춘천의 장점은 무엇인가.

이 : 춘천은 먹거리와 관광시설 외에도 산책로, 드라이브 코스, 체육, 여가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특히 서울에 비해 주거비용이 훨씬 저렴해, 서울 생활을 정리하면 춘천에서 여유롭게 살 수 있다.

박 : 요즘 은퇴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파크골프만 놓고 봐도 춘천은 전국 최고의 시설을 여러 개 갖추고 있고, 예약조차 할 필요 없다. 이런 시설을 이용하며 외지에서 온 은퇴자들이 활발하게 새로운 사회관계를 만들고 있다. 춘천이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제조업체 유치에 어려움이 크고, 문화재 보호 등을 위해 건설도 제한이 있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청정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돼 은퇴자를 끌어들일 요소가 된다.

정영오 논설위원 young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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