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자막 논란’ 사태를 다룬 본지(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졌다.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을 최초 보도한 것으로 알려진 MBC의 뉴스 자막. /MBC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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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민사13부(재판장 문광섭)는 지난 23일 MBC가 본지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청구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이번 ‘자막 논란’은 2022년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뉴욕의 회의 장소를 나서던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당시 MBC는 윤 대통령 발언을 보도하며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았다. 불명확한 잡음들이 섞여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긴 어려웠지만, 이와 같이 말했다고 확정하는 듯한 자막을 내보낸 것이다. 당시 MBC는 각 방송사를 대표해 이 영상을 촬영하고 송출했으며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처음 알린 것도 MBC였다고 한다.

이후 미국 내 문제로까지 번지자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고,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음성 분석 전문가들도 ‘바이든’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이 확산됐고, 여러 매체가 이 상황을 다뤘다. MBC는 이 가운데 본지가 9월 28일 온라인 조선닷컴을 통해 쓴 〈MBC 노조 “뉴스룸, 尹발언 엠바고 언제 풀리냐며 신나 떠들썩했다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문제 삼았다.

해당 기사는 MBC 내 소수노조인 제3노조가 MBC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인용하며 〈”22일 오전 MBC 뉴스룸은 ‘엠바고가 언제 풀리냐?’며 신이 난 듯 떠드는 소리에 시끌벅적했고, ‘바이든이 맞냐’고 의심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는 문장을 적었다.

MBC는 이 문장에서 ‘엠바고가 언제 풀리냐며 신이 난 듯 떠드는 소리에 뉴스룸이 시끌벅적했다’는 내용은 허위 사실이고 명예훼손이라며 2022년 12월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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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재판 과정에서 “당시 뉴스룸엔 내근 인원이 많지 않았고 부서별로 아침 편집회의를 준비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허위 사실을 적시한 이 기사로 마치 MBC가 좋지 않은 의도로 이 사건 발언 영상을 보도한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돼 신용과 명예가 훼손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조선일보 기재 표현은 제3노조 관계자가 MBC 뉴스룸에서 받은 전체적인 인상을 묘사한 것으로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며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기보단 당시 뉴스룸 분위기를 평가한 것으로 정정보도 청구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해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면서 “MBC가 구하는 정정보도 역시 ‘당시 MBC의 뉴스룸엔 소수의 기자들만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하게 근무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위 내용 역시 주관적인 표현을 사용했으며 이는 증거에 의해 그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2심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위 (본지) 보도의 전체적인 내용은 대통령의 발언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는데 기자들이 매우 주관적인 근거나 선입견을 가지고 정확한 확인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보도했다고 비판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취지”라며 “조선일보는 위 표현을 통해 MBC의 이 사건 발언 영상 보도가 편향적이거나 다른 의도로 이뤄졌다는 취지의 주관적인 평가 내지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고, 위 표현을 통해 간접적·암시적으로라도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아 이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어 명예훼손적 사실의 적시라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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