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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지평선] 한일 분수령이 될 기시다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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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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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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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르면 다음 주쯤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을 한 달 앞둔 가운데 그동안 쌓은 한일관계 복원 성과를 다지며 피날레를 장식하려는 것 같다. 두 사람은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외교’를 궤도에 올려놨다. 하지만 기시다는 만성적 지지율 저조에 내달 27일 자민당 총재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기 만료일인 9월 30일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 기시다는 외무장관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2015년)를 끌어낸 주역이다. 이때 아베 신조 당시 총리를 설득한 것도 기시다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합의가 유명무실화하면서 그가 아베 측에 고개를 들 수 없게 됐다. 긴장관계를 극복한 건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이 있어 가능했다. 선대 후광으로 함께 중의원이 된 초선 동기인데다, 술을 못하는 아베 옆에서 늘 ‘흑기사’를 자처한 게 기시다였다. 정치스타일은 판이했다. 아베가 저돌적 실행력에 정치감각이 탁월했다면, 기시다는 합리적 판단과 토론을 중시했다.

□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 총재가 바로 총리가 된다. 기시다의 포기로 총재 선거에 후보가 10명 넘게 난립했다. 의원투표가 결정적 영향을 끼쳐 대중적 인기나 여론과 별개라는 인상이 강하다. 보통은 파벌 간 이해관계로 정리된다. 다만 지금 일본정계는 형식적인 파벌 해체 후 혼돈상태라 누가 될지 예단하기 힘들다.

□ 일본 총리는 한일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고도성장기 ‘밤의 쇼군’으로 불린 다나카 전 총리의 마지막 수제자인 이시바 시게루, 고이즈미 전 총리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선친이 위안부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로 한국인에게 익숙하지만 본인의 정치행보는 정반대인 아들 고노 다로 등 4명이 유력후보다. 누가 되든 ‘인위적인’ 한일관계 개선에 일본의 기대치는 더 올라갈 것이다. "물컵의 반은 이제 일본이 채워야 한다"던 한국 외교장관의 발언을 두고 최근 사석에서 만난 주한 고위 일본 인사는 “애초에 컵 자체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강제동원 해법,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처 등 한국의 선택에 반대여론이 훨씬 높았다는 점을 우리 정부와 일본의 새 내각 모두 명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박석원 논설위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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