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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중국 학부모 숙제 된 포스터 그리기…대행업체까지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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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경쟁 시스템에 대신 그려주기 만연

언론·시민들 “교육 아닌 산업됐다” 개탄

경향신문

중국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틱톡)에 올라온 손으로 직접 그린 포스터. 환경보호를 위해물, 전기, 식량 절약을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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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등학생의 대표 여름방학 숙제인 ‘손으로 공익 포스터 그리기’를 두고 개학을 앞둔 가정마다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부모들은 숙제를 대신 해주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으며 온라인에는 숙제용 포스터 디자인 대행업체도 등장했다.

중국중앙TV(CCTV)는 30일 ‘손으로 공익 포스터 그리기’ 숙제가 개학을 앞두고 또다시 열띤 논쟁의 대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환경보호, 물 절약, 교통안전 등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한 포스터를 그려오라는 숙제는 당초 학생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기 위한 숙제였다. 학생들은 직접 포스터의 문구를 정하고 디자인과 색칠까지 해야 한다. 우수작품은 교실 뒤편에 전시된다. 학기 중에도 다양한 포스터 그리기 대회가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포스터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부모가 대신 완성해 준 포스터가 상을 받으면 상을 타지 못한 아이들이 자존감에 상처를 입기 때문에 부모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대신 그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CCTV는 전했다.

광둥성 주민 리씨는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됐으며 포스터 그리기와 함께 포스터 제작 과정에 대한 보고서도 제출하라는 숙제를 받았는데, 보고서 작성까지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 됐다고 전했다.

중국 교육당국은 창의력을 위해 포스터를 손으로 직접 그리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점이 도리어 학생들의 부담이 돼 부모가 대신 해주게 된다는 증언도 나왔다.

새 학기 6학년이 되는 아이를 둔 안후이성 주민 위안씨는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만 수작업 포스터 만들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노동집약적이다. 그리기에만 두세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면서 “너무 늦어버릴 때도 있어서 색칠을 도와준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평가 시스템이 문제라고 전했다. 초등교사 쉬씨는 “5월과 6월에 학교에서는 4~5번의 포스터 그리기 대회를 열었다”며 “아무리 뛰어난 아이들이라도 한 달 안에 다양한 주제에 대한 많은 과제를 완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들의 에너지와 능력은 제한돼 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노동절·국경절·스승의 날에도 기념 포스터를 그리라고 하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벌써 10월 국경절 포스터를 준비한다고도 전해진다.

경향신문

30일 중국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숙제용 포스터 도안을 대신 그려주는 상품을 검색하자 수많은 업체와 상품들이 쏟아졌다.


온라인에는 포스터를 대신 그려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업체가 포스터 디자인은 대신 해주고 아이들은 색칠만 하면 된다.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알리바바)에서 ‘포스터 대신 그리기’를 검색하면 수많은 상품이 쏟아진다. 가격은 장당 10위안(약 1900원)부터 시작하며 90위안(1만7000원)짜리도 있다. 쇼핑몰 앱 상단에 뜨는 인기 상품에는 4000개 넘는 사용 후기가 달렸다.

온라인 교육잡지인 중국교육재신의 천쯔원 편집장은 “양질의 교육이 수상과 연결되면 쉽게 산업체인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CCTV는 일부 부모들은 포스터 등으로 상을 받아 자녀들의 학교생활기록부가 풍성해지고 진학에도 도움되기 때문에 외부 업체의 도움을 찾는다고 전했다.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런 세태를 두고 “교육 형식주의”, “손으로 포스터 그리기 숙제는 반교육이 됐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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