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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만물상] 다시 공휴일 된 국군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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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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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직후 우리 육·해·공군은 창설 기념행사를 따로 열었다. 육군은 조선국방경비대가 창설된 1946년 1월 15일을, 공군은 육군에서 분리된 1949년 10월 1일을 기념했다. 해군은 1945년 11월 11일을 생일로 삼았다. 그러다가 6·25 때 우리 육군이 38선을 돌파한 10월 1일을 통합 국군의 날로 정했다. 기습 침략을 당해 한반도 끝까지 몰렸던 우리 군이 반격에 성공하고 통일의 희망을 안은 채 38선을 돌파한 그날은 국군의 날로 손색이 없었다. 1956년 10월 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자리에 있었던 옛 서울운동장에서 첫 기념식을 개최했다.

▶그날 오후엔 지금은 거의 사라진 한강 백사장에서 에어쇼가 펼쳐졌다. 전투기 편대비행, 낙하산 강하 시범, F-86 세이버 전투기의 귀청을 찢는 저고도 비행이 국민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국군의 날 화력 시범은 당시엔 국민적 볼거리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특히 국군의 날 행사에 정성을 쏟았다. 한강 이촌동 앞 드넓은 백사장 상공에서 곡예 비행, 네이팜탄 투하 시범이 벌어졌다. 거대한 불길을 일으키는 네이팜탄 투하는 클라이맥스였다. 1971년 지금의 여의도공원 자리에 조성된 5·16광장의 첫 행사도 국군의 날 기념식이었다.

▶미국·영국 등 세계 많은 나라가 국군의 날을 제정하고 기념한다. 미국은 1949년 트루먼 대통령이 군인의 헌신을 기리자며 5월 셋째 토요일을 국군의 날로 정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각각 붉은군대와 인민해방군 창건일을 국군의 날로 기념한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러시아에서 독립 후 군 설립 법을 공포한 12월 6일을 국군의 날로 정했다.

▶1991년 노태우 대통령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1976년부터 법정 공휴일로 기념하던 국군의 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10월에는 개천절도 있고 추석까지 겹칠 때가 많다는 사실도 고려했다고 한다. 당시엔 ‘휴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 여론의 다수를 점하던 시절이었다. ‘일을 해야지 놀 생각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국군의 날이 34년 만에 임시 공휴일로 돌아오게 됐다. 지난해처럼 숭례문~광화문 구간 시가행진 등 다양한 축하 행사를 펼친다고 한다. 많은 나라가 국군의 날을 국민이 동참하는 안보 축제로 즐긴다. 미국 국군의 날 유튜브 동영상을 보니 시민이 군인과 함께 도로를 걸으며 밴드 연주에 맞춰 춤도 추고 축하 인사도 건넨다. 모처럼 휴일로 돌아온 국군의 날을 군인의 위국헌신에 감사하는 날로 보냈으면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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