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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해리스 226 vs 트럼프 219…매직넘버 270명, 7州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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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권자의 ‘60일 표심’ 어디로

조선일보

왼쪽부터 미 대선 후보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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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2016년 대통령 선거일이었던 11월 8일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젊은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지지를 등에 업은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부동산 업자이자 방송 스타인 공화당의 ‘정치 신인’ 도널드 트럼프 간의 대결에 대해 대부분 주요 언론은 힐러리 당선을 점쳤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투표가 끝날 때까지 ‘클린턴 승리 확률 99%’를 예상한 여론조사 분석 결과를 홈페이지에 걸어두었고 뉴스위크는 ‘대통령 여사(Madam President)’란 표지의 특집호를 인쇄해 배포까지 했다. 이날 선거가 끝난 후 발표된 결과는 그러나 정반대였다.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앞선다고 나타났던 러스트벨트(rust betl)의 세 경합주(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모두에서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대선 결과 자체가 뒤집혔다.

오는 11월 5일 미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대(對)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대해 주요 연구소·언론은 결과 예측을 미루고 있다. 2016년 대선 때 목격했듯이 각 주(州)에서 이긴 후보가 인구별로 분포한 주별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미국의 선거 방식 자체가 워낙 예측 불가인 데다, 전국 지지율 및 대선의 결과를 결정할 경합주 지지율이 모두 전례를 찾기 어려운 접전 구도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합주 지지율은 1%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초박빙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

이번 대선의 구도는 4년 전 재선 실패를 설욕하겠다는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자리를 물려받은 인도계 흑인 여성 해리스 간의 대결이다. 유권자들은 아직 어느 한쪽에 표심(票心)을 몰아주지 않고 있다. 선거 분석 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지난달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는 애리조나·네바다·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 등 선벨트(sun belt·남부 지역) 경합주 대부분에서 근소한 우세이고, 해리스는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 등 중부 러스트벨트(제조업 쇠락 지역)에서 트럼프를 약간 앞서고 있다. 하지만 모두 오차 범위 내 접전이며, 우열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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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2000년대 들어 열린 과거 여섯 차례 대선의 여론조사 및 대선 결과를 분석했더니, 절반인 세 차례 대선에서 두 달 전 시점에 앞서던 후보가 정작 선거 때는 참패하는 ‘역전극’이 발생했다. ‘60일’이 유권자들의 결심을 뒤흔들 수 있는, 충분히 긴 기간이란 의미다. 지난 두 달여만 해도 바이든·트럼프 생방송 토론(6월 27일), 트럼프 피격(7월 13일), 공화당 전당대회(7월 15~18일), 바이든 후보 사퇴(7월 21일), 민주당 전당대회(8월 19~22일) 등 대형 사건이 발생해 왔고, 그때마다 지지율이 출렁였다.

현재 각 주 여론조사를 보면 뉴욕·캘리포니아 등 인구가 많은 대도시 지역은 지난 몇 차례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지지세가 압도적이다. 트럼프는 남부 텍사스·플로리다·루이지애나 등에서 우위를 굳혔다. 이를 토대로 선거인단을 나눠보면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해리스는 226명, 트럼프는 219명을 각각 확보하고 있다. 그 누구도 대통령이 되기 위한 ‘매직 넘버’ 270명을 자신하지 못하는 상태로 박빙인 경합주 7개의 선거인단 93명을 놓고 겨루는 구도다.

러스트벨트의 세 개 주엔 총 44명, 선벨트엔 4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다. 여러 경우의 수가 있지만 해리스는 현재 약간 우위를 보이는 러스트벨트에서 모두 승리(사실상 확보한 선거인당 226명+러스트벨트 44명=270명)할 경우, 트럼프는 비교적 우세인 선벨트 4개 주에서 모두 승리(219명+49명=268명)하고 러스트벨트 중 한 개 이상을 가져올 경우 대통령에 오르게 된다.

지금의 지지율이 두 달 사이 요동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가 ‘충격 승리’를 한 2016년 외에도 2008년 대선과 2000년 대선 때 막판에 판세가 뒤집어졌다. 2008년엔 선거를 두 달 앞둔 그해 9월, 당시 여당인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가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를 전국 단위에서 3%포인트 앞섰었다. 그러나 9월 중순 전 세계를 뒤흔든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졌고 이후 오바마 지지율이 빠르게 올라가 결국 오바마가 승리했다.

앞서 2000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 간 대결의 경우, 대선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양자 대결을 전제한 여론조사에서 고어가 앞섰지만 ‘제3 후보’인 녹색당의 랠프 네이더가 생각보다 진보 진영인 민주당의 표를 많이 빼앗아가면서 부시가 예상을 뒤집고 이겼다. 이번 대선은 양자 구도로 치러지며, 제3 후보였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최근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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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이번 대선에도 지금은 예상치도 못한 변수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예상 가능한 변수’로는 오는 10일 치러지는 해리스·트럼프 간 첫 생방송 토론이 꼽힌다.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아온 해리스가 거친 언사로 이름난 트럼프와 맞서면서 낙태권·이주자·물가 등 여러 이슈에 대해 유권자에게 얼마큼 호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와 금리 등 주요 경제 지표도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간인 사상자가 늘며 민주당 정부의 외교력에 대한 평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세력) 전쟁의 휴전 달성 여부,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향방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여전히 남아 있을지 모르는 ‘샤이 트럼프(Shy Trump,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트럼프 지지자)’는 ‘예상 밖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복병으로 꼽힌다. 폴리티코는 “현재 최대 접전 지역인 러스트벨트·선벨트 지역은 2016·2020년 선거 때 특히 트럼프 지지율이 과소평가됐던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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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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