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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찾은 건 슬리퍼뿐…8m 싱크홀 빠진 관광객, 못찾고 수색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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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8월 23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여성이 싱크홀에 빠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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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정부가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발생한 땅꺼짐(싱크홀) 사고로 실종된 인도 관광객 수색을 9일 만에 중단하기로 했다.

3일(현지시각) AP 통신,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트타임스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당국은 싱크홀에 빠진 48세 인도 국적 여성 관광객 수색 및 구조 작업을 2일 종료하고 복구 작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자리아 무스타파 말레이시아 총리실 장관은 “구조 인력의 안전과 건강을 포함한 다양한 이유로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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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3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여성이 길을 걷다 싱크홀에 빠지는 모습. /AP 연합뉴스


실종된 관광객은 지난달 23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중심가 당왕이 지역 인도를 걸어가던 중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8m 깊이의 싱크홀로 추락했다.

사고 영상이 담긴 감시카메라(CCTV)를 보면 여성이 발을 딛자 순간 보도블록이 꺼지면서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고, 여성은 그대로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인근에 앉아있던 남성도 구멍으로 떨어질 뻔했으나 가까스로 땅을 짚고 올라올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경찰과 소방국, 민방위대 등 수색대를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투입된 수색대원만 11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굴착기를 이용해 사고 구역을 파헤치고, 고압 물 분사기로 도심 하수관을 씻어내는 방식으로 실종자를 수색했다. 탐지견과 원격 카메라, 지면 투과 레이더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슬리퍼 한 켤레 외엔 실종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루스디 모하마드 이사 쿠알라룸푸르 경찰청장은 싱크홀 밑에 지하수가 거세게 흐르고 있어서 실종자가 쓸려 내려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같은 장소에서 땅 속 흙이 쓸려 내려가 복구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 친구 등과 두달 전 이곳에 와서 휴가를 즐기던 실종자는 귀국 하루 전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1일 사고 현장에서 힌두교 종교 의식을 거행한 뒤 같은 날 오후 인도로 떠났다.

이번 사고로 쿠알라룸푸르 관광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사고 발생 지점과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도 도로 침하가 발견되는 등 추가 위험 가능성도 제기됐다.

싱가포르 공영 CNA 방송은 “땅꺼짐 발생 지역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지만 사고로 방문객 수가 크게 줄었다”며 “주변 상점 매출이 최대 90%까지 감소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사고 발생 지역과 수색 장소를 복구하는 데 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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