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노사갈등이 격화했다. 총수 구속 이후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는 상황에, 이를 가로막는 최대 장애 요인으로 부상했다. 당분간 노동조합과 사측 입장은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여 혼란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카카오 노조(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9일 서울 강남구 뮤렉스 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카카오 VX’의 사모펀드 매각을 반대하는 시위를 펼쳤다. 뮤렉스 파트너스는 카카오VX 매수를 추진 중인 곳이다.
노조 측은 사모펀드의 모든 목적은 수익 극대화에 집중돼 있는 만큼, 향후 노동자 근로 환경이 급격히 나빠질 것을 우려했다. 내부 구조조정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했다. 뮤렉스 파트너스의 선제적 요구에 따라 카카오VX가 무리한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는 뜻이다. 카카오VX는 현재 연내 사업 철수가 예고된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불응 시 자택 대기 발령과 급여의 70%만 지급한다.
카카오의 노사갈등은 최근 들어 극에 치닫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달 29일 사측에 교섭 결렬 공문을 발송하고 사내 게시판에 결렬 선언문을 게시했다. 카카오 노사의 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지난 3일에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
노조가 지적하고 있는 최대 쟁점은 ‘구조조정’과 ‘매각’ 진행에 대한 협의 절차 마련이다. 카카오의 계열사 매각 작업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끌고 가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추진 중인 경영 방향과 상충하는 대목이다. 앞서 정 대표는 올해 하반기 중 인공지능(AI), 카카오톡과 연관되지 않은 사업은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하고 통폐합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후 계열사를 빠르게 줄여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2023년 5월 147개사에서 이달 123개사로 줄었다.
인력 채용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계열사를 포함한 카카오 직원 수는 1만7191명으로 전년 동기 1만7900명 대비 709명 줄었다. 올해 신입 개발자 채용을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현실화하면 4년 만에 신입 공채 시계가 멈춰서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노사갈등이 장기화하면 결국 카카오의 ‘성장 방식 재정립’ 작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카카오 계열사의 준법·윤리 경영 감시를 위한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가 중재에 나서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노조 측에서 지적한 회전문 인사, 배임·횡령 등 일부 사안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하는 식이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달 비윤리적 경영진 고문 계약 철회를 요구하며, 준신위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바람픽쳐스 인수 연루 경영진의 배임 횡령 의혹에 대해 제보했다.
한편, 카카오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3만29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아주경제=한영훈 기자 ha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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