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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한국계 유권자는 美대선 승자 가를 한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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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박 조지아주 4선 하원의원

“주요 경합지로 꼽히는 조지아주

4년전엔 재검표 끝 바이든 승리

초접전 대선 한국계 역할 커져”

동아일보

3월 샘 박 미국 조지아주 주 하원의원이 출마 신청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현재 4선 의원인 그는 주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5선에 도전한다. 샘 박 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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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 명이 넘는 미국 조지아주의 한국계 유권자는 11월 5일 대선의 ‘승자를 가를 한 끗’(margin of victory)입니다.”

11월 미국 대선의 주요 경합주로 꼽히는 조지아주의 샘 박 주(州) 하원의원(39·민주당)이 12일 동아일보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계 유권자는 차기 미국 대통령을 결정할 힘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번 대선이 초접전 양상을 띠고 있지만, 결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을 이길 것이라 자신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조지아주에서 재검표까지 가는 소동 끝에 트럼프 후보에 1만1000여 표 차(0.25%포인트)로 신승했다. 이 결과에서 보듯 원래 공화당 우세였던 조지아주는 최근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북동부에서 많은 주민이 이주해 좀처럼 선거 판세를 점칠 수 없는 곳이 됐다. 대선 승자를 결정하는 538명의 선거인단 중 16명이 걸려 있어 대선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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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미국 조지아주 주의회에서 발언하는 샘 박 주 하원의원. 박 의원은 조지아 내 전체 한인의 절반가량이 모여 사는 귀넷 카운티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그는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할 기회가 주어져 매우 자랑스럽고 영광”이라며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길을 터주고 좋은 선례로 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샘 박 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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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이런 조지아 주의회 사상 첫 민주당 소속 한국계 의원이다. 2016년 주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현재 4선(選) 의원이다.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차세대 정치인 17인’으로 선정돼 한국계 최초로 전당대회에서 연설했다.

1985년 주 최대 도시 애틀랜타에서 태어난 그는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4년 어머니의 암 진단을 계기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공공 의료보험 ‘메디케이드’ 덕분에 어머니가 항암 치료 기회를 얻어 2018년까지 생존했다며 “정치가 한 가족 전체의 삶을 바꿀 수 있음을 알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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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미국 조지아주 주 하원의원에 취임한 샘 박 의원과 어머니. 샘 박 의원 제공


박 의원은 해리스 후보를 2021년 ‘애틀랜타 스파 총격 사건’ 현장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백인 총격범의 아시아계 혐오 범죄로 한국계 4명, 중국계 2명 등 총 8명이 숨졌다. 당시 해리스 후보가 자신에게 ‘분열에 맞서는 정치’를 강조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후보가 10일 해리스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고 한 발언은 큰 패착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트럼프 후보가 2020년 대선에서 진 것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불러 증오범죄의 표적이 된 아시아계 유권자가 결집했기 때문”이라며 두려움 없이 살고 싶은 이민자 출신 유권자가 이번에도 투표로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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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박 미국 조지아 주하원의원(뒷줄 왼쪽 세번째)이 21일(현지 시간) 가정방문(canvassing) 선거 유세 활동에 나섰다. 박 의원은 최근 2주간 900여 가구의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샘 박 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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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한국계 최초의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뉴저지주·민주당)은 그에게 큰 영감을 주는 존재. 박 의원은 “김 의원을 보며 한계가 없음을 실감한다”며 자신도 기회가 되면 연방 의원직에 나서겠다고 했다.

50개 주정부의 권한이 강한 미국에서 총 5400여 명에 이르는 주 하원의원 중 한국계는 박 의원을 포함해 불과 10여 명에 그쳐 인구에 비해 적은 편이다. 박 의원은 “더 많은 한국계가 공직에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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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박 미국 조지아 주 하원의원 등 미 정계 한인 관계자 100여 명이 추석날인 17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주한인위원회(CKA)와 미국한인커뮤니티재단(KACF) 주최로 열린 ‘백악관 추석 축하연’에 참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축전에서 “여러분은 미국이라는 태피스트리(직물)에 한국 공동체의 활기와 문화, 헌신을 더하는 씨실과 날실”이라고 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도 축전을 보냈다. 샘 박 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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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는 현대차그룹(서배너), SK온(커머스), 한화큐셀(달튼) 등 한국 기업이 잇따라 진출하며 활력이 돌고 있다. 박 의원은 “역사적 변화”라고 짚으며 한미 관계를 중시하는 유권자가 늘고 한국의 위상 또한 높아졌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를 민주당 승리에 유리한 요인으로도 봤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 조지아에 온 젊은층이 바이든 행정부의 첨단 제조업 유치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파성이 옅고 실용적 성향이 강한 젊은층이 “째째한 정치 싸움을 뒤로하고 번영과 전진을 위한 선택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만만치 않은 싸움이지만 해리스는 최근 조지아에 부쩍 늘어난 이민자와 젊은층을 위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지도자”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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