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이 마이크를 통해 그대로 노출됐다.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말인데 마이크가 켜져있어 기자들에게도 전달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클레이몬트 소재 아키메어 아카데미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서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나란히 서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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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월밍턴에서 열린 쿼드(Quad) 정상회의 모두발언 뒤, 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평가'를 했다.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 협의체다.

그의 발언은 비공개 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켜져 있던 마이크를 통해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행동하며 이 지역 전역에서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면서 이런 행위가 경제, 기술 문제를 포함해 여러 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치열한 경쟁에는 치열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이 국내 경제적 문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중국의 이익을 공격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담 기간 미국 등 4개국은 두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앞선 공개 발언에서는 중국을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는 무력이나 강압에 의한 현상 변경을 추구하는 불안정하거나 일방적인 행동들을 강하게 반대하고 최근 해상에서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에 대한 군사화와 강압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영국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이러한 노력을 훼손할 위험이 있으며 이는 단순히 중국에 맞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한편 쿼드 정상들은 이날 윌밍턴 선언을 공개하고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를 겨냥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정상들은 "이 지역과 그 너머에서 북한과 관련된 핵·미사일 기술이 확산(이전)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쿼드 정상들이 북핵 문제와 관련한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에 있음을 강조한 것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의 정강에 '비핵화'라는 표현이 사라지면서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비핵화 협상'이 아닌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바탕으로 한 '군축 협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2004년 출범한 안보협의체로, 초기에는 장관급 협의체였으나 2021년 바이든 대통령 이후 정상급 회의체로 격상했다. 내년 1월 20일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마지막 정상회의 참석으로 예상되는데, 고별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듯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사저가 있는 윌밍턴으로 외국 정상들을 처음 초청했다. 4자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이 나온 고등학교에서 열렸고, 일대일 개별 회담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처음으로 자택을 개방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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