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거리 벽에 그려진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벽화. 로이터연합뉴스 |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나스랄라의 죽음은 미국인과 이스라엘인, 레바논 민간인 수천명을 포함한 수많은 희생자들을 위한 정의의 조치”라며 “미국은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모든 테러 단체로부터 이스라엘이 자국을 방어할 권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도 별도 성명에서 “나스랄라는 미국인의 피를 손에 묻힌 테러리스트”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공개적으로는 나스랄라 암살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이 보인 일련의 행동에 미 당국자들은 불만을 갖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전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나스랄라 제거 작전에 대해 미국과 상의하거나 언질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나스랄라 암살로 인해 확전 억제라는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목표가 위기에 처한 데다, 중동 정세 불안이 5주 뒤 미 대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적은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외교적 수단을 통해 현재의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라며 휴전 협상 타결을 강조했다.
더욱이 이스라엘이 나스랄라 제거 이후 미국에 이란의 보복 공격을 막아줄 것을 요청하면서 미국의 심기가 더욱 불편해졌다고 한다. 어느 미 당국자는 악시오스에 “나스랄라가 나쁜 사람이긴 하지만 이스라엘이 우리와 상의 없이 이런 일을 하고는 이란 문제를 정리해달라고 하니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프랑스 등이 제안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3주 휴전안을 네타냐후 총리가 거부한 것과 관련해서도 미 정부 내에서 불만이 제기된 상태였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일부 참모들이 네타냐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이번 일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면서, 미 정부와 네타냐후 총리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 당국자들이 헤즈볼라나 후티 등의 직접 보복, 이란의 역내 주둔 미군 공격,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 등 여러 종류의 “잠재적 보복 행위”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사임한 앤드루 밀러 전 국무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담당 부차관보는 WP에 “이란이 대응에 나서겠지만 대응 시기나 방법, 강도 등은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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