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취업준비생 김 모씨. 생활비 부족으로 최근 한국장학재단에서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몇 달 후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인터넷은행 두 군데에서 200만~300만원씩 더 빌렸다. 김씨와 같은 처지가 한둘이 아니다. 생활비가 급해진 2030세대가 금융권 대출 큰손이 됐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빚은 400조원에 육박했다. 엄연한 빚이지만 정부 통계에는 잡히지 않아 '그림자 부채'로 불리는 전세보증금은 1000조원에 달했다. 7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연령별 가계대출 잔액' 자료에 따르면 30대 이하 대출액은 올해 2분기 496조3000억원으로 최근 5년 새 98조9000억원(24.9%) 급증한 수치다. 60대 이상(29.5%)에 이어 전 연령층 가운데 증가율이 둘째로 높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팬데믹 사태를 거치면서 취업난에 빠진 2030세대가 생활고로 대출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누적된 압박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국제결제은행(BI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영세 자영업자(소규모 개인사업자) 부채는 고금리 국면에도 1분기 말 기준 365조4000억원으로 5년간 158조원(76.2%)이 늘어났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인협회가 KB부동산의 월간 주택 유형별 평균 전세가와 국토교통부·통계청의 전월세 실거래 데이터를 추산한 결과 지난해 전세보증금은 1006조7000억원으로 5년 새 37.7% 뛰었다.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돈을 받고 계약이 끝나면 돌려줘야 하는 빚이지만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거래하는 사적 금융이어서 가계부채 공식 통계에는 빠져 있다.
늘어난 전세보증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주택 보증금 미반환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세임대주택 보증금 미반환액은 1762억원에 달했다.
전세보증금을 감안하면 지난해 가계빚은 2891조10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달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가계의 빚 부담은 더욱 커지며 한계 차주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환 기자 / 한상헌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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