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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여보, 그래도 ‘그랜저’ 삽시다”…망했다더니 여전히 ‘대체불가’ 세단 1위 [최기성의 허브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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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대세와 생산 이슈에 타격
그랜저, 세단 1위 자리는 지켜
X세대의 지지가 그랜저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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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 1위인 그랜저와 도전자인 신형 K8 [사진출처=현대차,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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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면 타는 아빠차’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아빠차 1위 자리를 넘겨줬지만 ‘역시 세단은 그랜저’라는 평가를 받으며 판매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7일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와 국산차업계를 통해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국산차 판매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그랜저는 5만3940대 판매됐다. 전년동기의 9만2119대보다 41.4% 줄었다. 지난해에는 국산차 판매 1위였지만 올해는 5위로 추락했다.

기아 쏘렌토는 6만9549대 팔렸다. 전년동기보다 17.6%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그랜저에 밀렸지만 올해는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기아 카니발은 전년동기보다 9.3% 증가한 6만2794대 판매되면서 지난해 3위에서 올해는 2위로 올라섰다.

현대차 싼타페는 전년동기의 2만6491대보다 117.3% 급증한 5만7563대가 판매됐다. 순위도 14위에서 3위로 껑충 뛰었다.

그랜저 판매부진은 아빠차 구매자들이 세단 대신 SUV로 갈아타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 있다. 설상가상 올해 초 아산공장의 전기차 설비 공사 영향으로 생산이 중단된 것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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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차 시장에서 세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그랜저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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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에 따르면 그랜저는 올 1월에는 3635대, 2월에는 3963대 팔렸을 뿐이다. 순위도 9위까지 밀려나면서 “그랜저, 이젠 망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생산이 정상화되면서 판매도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3월에는 6100대 팔리면서 5위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월 평균 6000대 이상 판매되면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지난달에는 판매대수 6120대로 2위를 기록했다. 6628대로 1위를 차지한 쏘렌토를 508대 차이로 추격했다.

현 상황에서 그랜저가 1위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국가대표 세단’ 위상은 잃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랜저 다음으로 인기높은 현대차 쏘나타는 올 1~9월 4만938대 판매됐다. 그랜저보다 1만3002대 적게 팔렸다.

경쟁차종인 기아 K8은 2만119대, ‘성공하면 타는 차’ 타이틀을 놓고 그랜저와 경쟁하는 제네시스 G80은 3만4691대 각각 판매됐을 뿐이다.

디자인·가격 논란 딛고 판매회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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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기아 쏘렌토 [사진출처=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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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는 ‘오뚝이’ 면모도 보여줬다. 지난 2022년 쏘렌토에 일격을 다해 1위 자리를 빼앗겼지만 지난해에는 디자인·가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시 명예를 회복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이 위축된 올해에도 초반 부진을 씻고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쏘렌토 경쟁차종인 싼타페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도 그랜저에는 ‘호재’다. 지난 2022년 그랜저가 쏘렌토에 1위 자리를 내준 가장 큰 원인은 싼타페 부진 때문이었다.

싼타페는 올해 3분기 누적 판매대수 기준으로 쏘렌토, 카니발 뒤를 이어 3위를 기록중이다. 전년동기에는 쏘렌토보다 3만3000여대 적게 팔리며 14위에 그쳤다. 올해는 1만2000여대 차이로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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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을 높인 2025년형 그랜저 [사진출처=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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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연식변경 모델인 2025년형 그랜저는 경쟁력까지 높아졌다.

‘성공하면 타는 차’, ‘품격높은 아빠차’라는 위상에 걸맞게 안전·편의성을 향상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상품성은 향상하면서 가격 인상은 최소화해 사실상 가격 인하 효과까지 창출했다.

2025년형 그랜저는 최신 지능형 안전·편의 사양 ‘차로유지보조(LFA) 2’,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사양을 모든 트림에 기본 사양으로 적용했다.

기존 제어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적용 범위를 공조제어기까지 확대했다. 칼럼식 기어 R단의 진동 경고 기능을 기본화하고 실내 소화기도 장착했다.

트렁크 리드 조명과 후석 시트 벨트 조명도 기본 사양이 됐다. 판매시작 가격 인상폭은 25만원 수준이다.

캘리그래피 트림의 경우 판매가 99만원 상당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추가하고 신규 패턴 나파 가죽 시트 등을 신규 반영했지만 가격은 83만원 올랐을 뿐이다. 실질적으로는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X세대엔 여전히 ‘성공하면 타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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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면 타는 그랜저’ 시대를 연 1세대 모델 [사진출처=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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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부활에는 인구도 많고 왕성한 경제활동을 펼쳐 소득 수준도 다른 세대보다 높은 ‘X세대’(1970~1980년에 태어난 세대)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가구주가 50대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이 636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40대는 632만원, 40세 미만은 473만원, 60세 이상은 365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월평균 가계지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40대가 508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50대는 493만원, 40세 미만은 362만원, 60세 이상은 267만원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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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의 추억을 자극한 그랜저 CF [사진출처=CF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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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출시된 그랜저는 당시 초·중·고를 다닌 X세대가 선망하던 차였다. ‘성공하면 타는 차’로 여겨졌다.

2019년 방영된 그랜저 CF에도 고등학생이 친구에게 “나중에 성공하면 뭐할꺼야”라고 묻자 철길 위를 지나가는 1세대 그랜저를 보고 “그랜저 사야지”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X세대의 주축인 50대가 지난해 가장 선호한 차종은 그랜저(2만7530대)였다. 2위 쏘렌토(1만8325대)보다 1만대 가량 더 구입했다.

40대는 쏘렌토(1만6652대)를 가장 많이 샀지만 그랜저(1만6260대)도 선호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그랜저 인기가 떨어졌다. SUV를 선호하는 X세대가 많아진데다 생산 이슈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단 1위 자리는 지켰다. X세대가 ‘세단은 역시 그랜저’라며 구입했기 때문이다.

그랜저는 50대가 가장 선호하는 세단으로 집계됐다. 50대에선 쏘렌토, 싼타페, 스포티지 다음으로 4위를 기록했다. 50대 남성 구입 순위에서 3위를 기록한 게 세단 1위에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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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와 벤츠 E클래스 [사진출처=현대차, 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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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그랜저 위상이 예전 같지는 못하지만 40년 가까이 쌓아온 ‘성공 이미지’는 아직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그랜저가 내년에 1위를 차지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세단 시장에서는 ‘대체불가’ 위상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기불황으로 중산층의 벤츠·BMW 구매욕구가 감소한 것도 그랜저 판매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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