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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무역·안보 리스크 속 최고단계 관계로 격상한 한·아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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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한·아세안 정상회의 발언
(비엔티안=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10 [공동취재] hih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10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가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이는 아세안의 11개 대화 상대국 가운데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에 이어 6번째에 해당한다. 한국과 아세안은 1989년 대화 관계를 맺은 뒤 1991년 '전면 대화' 관계, 2004년 '포괄적 협력동반자' 관계, 2010년 '전략적동반자' 관계로 나아갔다. 양자 관계가 35년 만에 최고 단계가 된 것으로, 한국 외교의 지평과 경제 영토를 확장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아닐 수 없다. 한·아세안 관계는 그동안 교역 분야에 무게가 실렸는데, 앞으로 기후변화와 미래세대 교류를 포함한 전 영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세안은 총인구 6억7천만명, 경제 규모 3조6천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고도성장이 지속되고 있어 2030년에는 아세안의 경제 규모가 한 계단 더 올라 세계 4위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리스크가 겹치며 세계 경제 불안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아세안만큼은 사실상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젊은층 인구 증가와 여행·관광 인프라가 떠받치는 탄탄한 내수와 저임금·저물가 등이 외국인의 직접 투자를 견인하는 요인이다.

장기 경기침체 국면에서 출구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의 수출 다변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아세안은 결코 놓쳐선 안 될 기회의 땅이다. 아세안은 현재 한국의 2위 교역 상대이자 다섯번째로 큰 해외 투자처이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투자의 고삐를 더 당겨야 한다. 한·아세안 관계 발전을 이끌어온 경제 교류의 기반을 더 단단히 다져놓지 못하면 경쟁국들과의 시장 쟁탈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세안은 인력공급 면에서도 매력적인 투자처이기도 하다. 이번 합의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아세안 출신 학생 4만명 연수를 추진하고 이공계 장학생 사업을 서둘러 내년에 발족하기로 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청년인구 절벽과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더욱 시의적절한 정책으로 보인다. 아세안 소속 국민들은 대부분 한국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필요하다면 취업 외에도 입국과 이민 장벽을 낮추는 것도 검토하기 바란다.

외교·안보에서의 아세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세안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세운 미국과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 간 해상 각축전이 가열되는 지역으로, 미국 일본과 3자 군사협력을 공고히 한 한국의 안보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주변 4강에서 벗어난 외교 다변화는 물론이고 미·중 갈등 악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아세안과의 안보협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마침 윤 대통령은 "아세안과의 전략적 공조도 강화해 나가겠다"며 구체적 일정까지 밝혔는데, 이들 약속을 실천에 옮겨 군사협력 체계를 튼튼히 하는데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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