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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남북통일의 꿈을 되살리려면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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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임종석 전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9일 저녁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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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한반도 통일의 꿈은 80년이 돼간다. 그런데 올해, 한반도의 두 반쪽이 다시 합쳐질 수 있다는 개념은 너무 약화돼 호스피스에 들어갈 정도가 됐다.



이런 꿈의 자식들은 통일의 꿈을 집중치료실로 밀어 넣은 책임이 있다. 3세대 지도자가 통치하는 북쪽의 자식은 통일이 현실적 목표인 것처럼 가장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철도 연결을 위해 필요한 남북 경계선 부근 철로도 철거했다.



남쪽의 다른 자식은 모순된 감정을 지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 인사는 두개의 한국이 “따로 살자”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윤석열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계속 통일을 추구한다. 그의 접근법은 단일 국가 건설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아니라 북한 정권 교체를 통한 흡수통일을 뜻한다.



흡수통일 시나리오는 새롭지 않다. 두개의 한국은 1950년대에 군사적 수단으로 한반도를 통일하려고 전쟁을 했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이념적으로 크게 멀어졌지만 구조적으로는 상당히 비슷했다. 경제 수준은 비슷했고, 똑같이 독재를 경험했다. 문화적 면에서 남북은 민족주의적이었고, 자족을 추구했다.



남한이 세계화의 길을 택했을 때 남북은 갈리기 시작했다. 남한은 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독재를 끝냈고, 문화를 더욱 국제화했다. 북한은 고립을 택하고 핵무기를 개발했다. 이렇게 통일은 현실적 목표라기보다는 더욱 꿈에 가까워지게 됐다. 부유하고, 민주적이고, 세계주의적인 나라가 어떻게 가난하고, 독재적이고, 고립된 나라와 통일할 수 있겠는가?



1990년대에 김대중은 간단한 답을 내놨다. 천천히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어느 정도 정치적 자유화와 경제 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화해하면서 서서히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 뒤를 이은 보수적 지도자들은 대립적 접근법을 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은 진보 정권의 대북 정책이 퍼주기였고 유화적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들은 큰 채찍을 휘두르면서 작은 당근을 흔들었다.



남한의 진보와 보수 양쪽은 잘못 생각하고 있다. 북한 지도부는 자신들을 자선의 대상이나 약자로 취급하는 것을 절대 반기지 않는다. 북한은 중국과 이익이 되는 관계를 맺고 있고 러시아와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단일 민족이라는 표현이 상징하는 한국인들의 민족주의가 정치·경제·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양쪽 민족주의는 다르다. 북한 민족주의는 살아남는 것, 즉 자신들과 나머지 세계와의 대립을 뜻한다. 남한 민족주의는 세계화 경험을 통해 완화됐는데, 즉 자신들과 나머지 세계가 함께하는 것을 뜻한다.



1990년대의 햇볕정책은 냉전 종식, 그리고 북한에 더는 에너지를 보조해주지 않겠다는 러시아와 중국의 결정 때문에 가능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북한의 농업과 공업 붕괴로 이어졌다. 당시에는 통일이 꿈이 아니라 남한의 재정적 후원자 역할과 결부된 구명줄이었다.



오늘날 북한은 최상의 거래를 확보하려고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오가는 냉전 때의 전략으로 돌아갔다. 남한 보수 세력은 독일처럼 정권 교체와 흡수통일을 바란다. 남한 진보 세력은 북한이 정신을 차리고 관계를 회복하는 동안의 별거 정도를 바란다. 북한은 이런 조건의 통일의 꿈을 되살릴 생각이 없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통일을 구해내는 유일한 방법은 신냉전을 끝내는,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를 통해서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고, 러시아가 북한제 무기 수입을 중단하고, 중국은 북한 경제를 부양하지 않게 돼야 남한이 다시 북한의 유용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다시 한번 통일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남북 교역과 협력의 구체적 현실이 돼야만 하나의 한국이라는 오랜 꿈이 되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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