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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88만원 세대 밥집’은 옛말…5060도 편의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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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시니어스토어에서 상품을 진열하고 있는 모습. 지에스(GS)25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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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동네 사랑방이죠. 이른 점심시간만 되면 중장년층 손님들이 도시락으로 끼니 해결하고 담소도 나누다 가시곤 해요.”

서울 영등포구에서 편의점 지에스(GS)를 운영하는 점주 ㄱ씨는 “최근 1~2년 새 50~60대 편의점 손님들이 많아진 걸 체감한다”며 “트로트 가수 이찬원씨나 장민호씨가 나온 ‘편스토랑’ 도시락 상품을 구매해 드시고 가시거나, 빵·우유 같은 한끼 식사용 상품을 많이 구매하신다”고 말했다.

그동안 편의점은 이른바 ‘88만원 세대 밥집’이라 불리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공간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최근 고령화에 물가까지 급격히 오르면서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50~60대 이상 1인 가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이나 빵 등이 일반 식당이나 빵집에서 파는 것보다 싸기 때문이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상품 데이터 분석기관 마켓링크의 주요 편의점 4사(전국 1500개 점포) 대상 ‘2024 상반기 편의점 매출 동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대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022년 상반기 대비 11.5%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는 18.3%, 60대는 21.4% 증가했다.

옥경영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50~60대 1~2인 가구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편의점에서 필요한 만큼만 소량 구매하는 패턴이 확산하고 있다”며 “최근 편의점 업체들이 과일, 채소, 정육 등 신선식품 구색을 강화한 특화 매장들을 선보이며 편의성과 접근성을 중시하는 50~60대 1~2인 가구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주 ㄱ씨는 “지금의 중장년층은 젊은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30년 넘은 편의점 변천사를 다 지켜봐온 고객들”이라며 “단골 중장년층분들 중에는 편의점에 와서 ‘요즘에 이런 것까지 팔아’라고 하시면서 놀라시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통계청의 인구총조사 자료를 보면, 60살 이상 1인가구 수는 최근 10년 새 두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체 1인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35%를 돌파했고, 지난해 말 현재 36.5%에 이른다. 50대 1인가구까지 넓혀보면, 50대 이상 고령층이 전체 1인가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수도권보다 고령화 속도가 훨씬 빠른 지방의 경우 이미 노인, 중장년층은 편의점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았다. 편의점 씨유(CU)를 운영하는 비지에프(BGF)리테일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하신 노인분들은 대형마트까지 가기에도 힘들고,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하기에도 힘들어서 집 주변에 있는 편의점에서 간단히 끼니 해결을 할 것들이나 생필품을 자주 구매하신다”고 했다.

편의점도 이런 추세에 맞춰 중장년층을 위한 맞춤 상품들을 구비하고 있다. 지에스25는 대형병원이나 요양원 주변 점포에서만 제한적으로 판매해온 요실금 전용 패드, 성인용 기저귀 등을 전국으로 확대해 팔고 있다. 지에스25는 2019년부터 60살 이상 직원이 일하는 ‘시니어스토어’도 50여곳 운영하고 있다. 노인의 선호를 파악해 상품을 선별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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