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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사설] SK하이닉스의 예고된 도약, 기업 살길은 도전과 혁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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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효과로 올해 3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 26회 반도체 대전 SEDEX 2024 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HBM 모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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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3분기 중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매출액의 40%에 달한다. 3분기 이익이 4조원대로 추정되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 이익 1위 기업으로 올라선 것이다. 하이닉스의 역대 최고 실적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AI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엔비디아에 고성능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덕이다.

3분기 중 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급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삼성전자가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 부문장이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는 사과문을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이닉스는 차세대 HBM3E 12단 제품을 4분기부터 본격 출하해 반도체 매출 중 HBM 비율이 4분기엔 40%로 올라설 것이며 HBM 시장의 우위를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의 성공은 경영진과 기술진이 합심해 미래 기술 트렌드를 읽고, 기술 혁신과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 온 덕분이다. 하이닉스는 D램 반도체보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의 잠재력을 주목하고, 2009년 세계 최초로 HBM 반도체를 개발했다. 당시엔 HBM이 널리 쓰일 만큼 고성능 컴퓨팅 시장이 무르익지 않아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HBM의 성능을 더 높이는 연구·개발을 10년 이상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간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하고 굳히는 MR-MUF 공법을 독자 개발, HBM의 약점인 발열 문제를 해결하고 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개발된 최고 성능의 HBM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구매하려는 AI 반도체에 최적의 메모리로 평가받고 있다.

하이닉스의 성공엔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고객인 엔비디아와 소통하며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한 것도 큰 몫을 했다. 이렇게 구축된 미국 엔비디아, 대만 TSMC, SK하이닉스의 ‘3각 동맹’은 AI 시대를 맞아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세 기업은 모두 역대급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도약은 기업이 살 길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뿐이라는 걸 보여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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