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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투표 내내 굳은 얼굴…야당 “뒷돈 정치 자민당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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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27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당선자 게시판에서 장미꽃을 붙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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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일본 중의원 선거 투표 마감 시간 30분 전인 저녁 7시30분께 도쿄 자민당 본부에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들어왔다. 일본 지지통신은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이시바 총리의 얼굴은 내내 굳어 있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저녁 8시께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출구조사에서 자민당은 2012년 민주당에서 정권을 탈환한 이후 처음으로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이 확실하다고 예상했다. 이시바 총리는 ‘당선자 게시판’에 장미꽃을 붙이면서도 굳은 표정이 이어졌다.



지난 1일 출범한 이시바호의 고전은 선거 초기부터 예상됐다. 이번 중의원 선거는 지난해 집권 자민당에서 불거진 ‘파벌 의원들의 정치 비자금 파문’ 여파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열렸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당내 정치인의 뒷돈 근절과 정치 개혁’을 전면에 내걸고 조기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에 나선 터였다.



집권 자민당을 향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정하리만큼 차가웠다. 투표 종료 직후 엔에이치케이 방송의 출구조사에서 중의원 전체 465석 가운데 자민당 단독으로 얻을 수 있는 의석이 153~219석에 불과하다는 예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방송 조사에선 연립여당인 공명당 의석(21~35석 예상)을 더해도 최대 254석, 최악의 경우 174석을 겨우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 주요 언론인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출구조사에서도 자민당 의석은 최대치로 200석을 넘기지 못했다. 자민당이 여당 지위를 유지하려면 공명당뿐 아니라 성향이 비슷한 다른 야당을 연립여당 틀로 끌어들여야 할 수도 있다.



자민당은 ‘비자금 스캔들’을 희석하기 위해 이시바 총리로 ‘당의 얼굴’까지 바꿨지만 제대로 된 정치 개혁안을 내놓지 못한 게 결정타가 됐다. 비자금 연루 의원 40여명이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민당 혹은 무소속으로 선거 출마를 강행한데다, 자민당 본부가 공천 배제된 의원의 소속 지부에 당 활동비 2천만엔(약 1억8천만원)을 지급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야당에선 선거 전날까지 “자민당의 뒷돈 공천료”(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 “돈으로 얼룩진 정치”(다무라 도모코 공산당 위원장) 등 융단폭격을 가했다. 또다른 선거 쟁점이던 고물가 대책도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를 넘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는 경제 상황이 지속된 데 따른 불만도 투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은 선거 직후 “2천만엔 지급은 자민당의 규정에 의한 것”이라며 “엄중한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민당이 잃어버린 의석 크기만큼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자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에서 최대 두 배 넘는 128~191석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출구조사에 환호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입헌민주당 대표에 선출된 노다 전 총리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입헌민주당이 목표로 내건 정권교체까지는 이번에 이루기 어렵겠지만 야당의 세력은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오가와 준야 입헌민주당 간사장은 “자민당 정권의 교체야말로 정치 개혁이고, 지금이야말로 자민당식 경제정책을 바꿔야 할 때라는 주장에 국민이 공감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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