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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변화 없인 성장 없다" 위기 속 삼성전자 창사 55주년...'기술 리더십' 강화로 자존심 회복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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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현 기자]

1일 창사 55주년을 맞은 삼성전자 경영진이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경영진은 그간 강조해오던 '기술 리더십'을 다시 한 번 강조한 메시지로 변화와 쇄신에 대한 각오를 되새겼다.

55돌 맞은 삼성전자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확보하자"

1일 삼성전자는 창립 55주년을 맞이해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에는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과 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및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했다. 그간 창립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재용 회장은 이번 기념식에도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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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 부문장이 창사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배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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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 부회장과 전영현 부회장은 공동 명의의 창립 기념사를 준비해 발표했다. 기념사에는 근원적 기술력의 확보와 조직 문화 혁신을 통해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자는 메시지가 담겼다.

한 부회장은 "고객을 위한 기술과 품질 확보는 경쟁력의 근간이며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임직원 모두가 사활을 걸고 우리의 본질인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한치의 부족함 없는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한종희 부문장은 "단순히 특정 제품이나 사업에 국한된 변화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부터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까지 새롭게 접근하자"며 "변화 없이는 아무런 혁신도 성장도 만들 수 없다. 변화와 쇄신을 통해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강건한 조직을 만들자"고 혁신적인 조직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8일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전해진 전영현 부회장의 메시지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 위기론에 대해 '기술력 회복'과 '조직 문화 개선'이란 일관된 진단과 해결 방안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전 부회장은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며 "기술과 품질은 삼성전자의 생명으로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자존심이기에 단기적인 해결책 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54주년 기념식에서 신사업 발굴 확대와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의 운영 시스템 혁신을 외친 만큼 올해는 AI 시대를 향해 가자는 메시지를 더 뚜렷하게 제시했다. 한 부회장은 "미래 10년을 주도할 패러다임은 AI"라며 "AI는 버블과 불확실성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일상화되는 'AI 대중화' 시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자존심, 'HBM·2나노'로 회복한다

삼성전자 위기론의 핵심은 반도체 사업 부진이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 DS사업부문은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4조원대를 하회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삼성은 일회성 비용으로 인해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지만, 각 계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시장에 제 때 대응하지 못한 실책과 조단위 적자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 등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현재 삼성전자의 위기론은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기술 리더십의 후퇴와 도전적인 조직 문화의 실종, 임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 기업 전반에 대한 문제 의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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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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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전영현 부회장이 직접 '반성문'을 쓰며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 등의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한 데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뒷말이 무성했던 삼성전자의 경쟁력 하락 원인을 경영진이 직접 진단하고 외부와 소통하며 극복 방안을 제시한 만큼,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업계에선 이번 연말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이르면 다음달 초 발표될 인사에서 반도체 사장단이 전면 물갈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관리형 인사 대신 '공격수'를 전면에 내세우는 카드로 인적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기술적으론 그동안 발목을 잡아온 HBM과 파운드리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전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는 연내 HBM3E 주요 고객사 공급을 확대하고, 파운드리는 2나노 GAA 공정을 내년부터 양산에 나서는 등 AI향 고성능 반도체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특히 그동안 시장의 우려를 샀던 엔비디아 HBM3E 공급에 대해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는 공식 입장을 언급함에 따라 AI 메모리 시장 합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일단 HBM3E 공급으로 물꼬를 트면, 내년 HBM4 등 차세대 제품에선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파운드리 사업은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 올해 신규 설비투자(CAPEX)는 감소할 전망인 가운데, 내년에도 신규보단 기존 라인 전환을 통해 신중한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2나노 GAA 양산에 집중해 TSMC와의 선단공정 경쟁의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삼성은 내년 2나노 GAA 공정 제품 양산을 시작으로 고객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모바일 뿐만 아니라 고성능컴퓨팅(HPC), AI, 오토모티브 등 다양한 응용처의 고객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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