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모녀를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살인)를 받는 남성 박학선(65)씨가 지난 6월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박씨는 구속돼 7일 검찰에 송치됐다. 연합뉴스 |
교제하던 여성과 그의 딸을 살해한 박학선(65)씨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오세용)는 1일 “피고인을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해 자유를 박탈하고, 평생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남은 여생 수감생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 5월3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 6층 사무실에서 자신과 교제하던 60대 여성 ㄱ씨와 ㄱ씨의 30대 딸 ㄴ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박씨는 ㄴ씨가 ㄱ씨와 자신의 관계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ㄱ씨도 이별을 통보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박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평소에 ‘ㄱ씨와 주변 사람들을 죽여버리겠다’고 했고 △범행 당시 사전에 ㄱ씨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ㄴ씨가 설치해 둔 현관문 고정장치를 해제해 도주경로를 차단한 점 등을 근거로 ‘계획살인’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전에 피해자들을 살해할 것을 마음먹지 않았다면 불가능할 정도로 신속하게 살인 범행 실행에 착수했다”며 “구체적 범행 방법이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집요하고 잔혹하다”고 짚었다. 이어 “교제에 반대하는 상대방의 딸을 살해했고, 관계청산 요구에 대한 앙심 및 살인 범행 신고를 막기 위한 목적에서 사람을 살해한 것으로, 범행 동기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30분 동안 피고인의 성장과정, 전과 유무, 범행의 중대성 등을 하나하나 짚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데이트폭력으로 지칭되는 교제 당시 폭력이 장시간 지속되다가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된 경우로, 엄벌 필요성이 제기되고 사회적 비난 거세지고 있어 범행의 비난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앞서 검찰은 박씨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엄중한 형으로 처벌해야 할 사정은 인정되지만, 사형에 처하는 게 인정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ㄴ씨의 남편은 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사람이 2명이나 죽었는데 무기징역 받은 건 어이 없다. 항소심에서 사형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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