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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 (일)

독자가 많이 본 TOP7 신제품과 함께 하루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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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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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0. ER 추천 '금주의 인기 신제품 TO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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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성부장은 페이스북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ER 이코노믹리뷰의 뉴스 알람이었다.

"ER 이코노믹리뷰 문화부는 이번 주 산업2부의 '오늘의 신제품' 코너에서 소개한 제품들을 분석했다. 요일 가중치로 표준화하여 유의성 0.05 미만으로 차이를 구별했다. Google 애널리틱스의 인구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취향과 지역별 교차 분석을 통해 ER 독자들에게 최적화된 신제품 TOP7을 뽑았다."

성부장이 보기엔 쓸데 없는 소리였다. 결국 조회수로 선정했다는 소리를 이렇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자기가 에코라고 착각하는 걸까 싶었다. 아니면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수습이거나. 성부장은 더 읽지 않고 스크롤을 내렸다.

S#1. 아내가 준비한 한식 반찬 3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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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일찍 외출했나 보다. 냉장고에 포스트 잇을 남겨놨다.

"일부러 안 깨웠어. 일어나면 냉동실에 '반듯한식 수제식감 한식반찬' 3종 세트 있어. '평양식 큰고기완자', '떡갈비', '동그랑땡'. 하나 씩 먹어봐. 조리법도 간단하더라고.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구워도 되고, 겉이 바삭한 식감을 선호하면 에어프라이어 180℃로 약 8~9분 조리하면 된대. 주연이가 그러는데 풀무원의 오랜 노하우와 정성을 담아 만든 프리미엄 한식반찬 제품이래. 우리처럼 바쁜 현대인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를 제공할 거래."

주연씨는 풀무원에 다니는 아내의 친구다. 요즘 부쩍 그 친구와 아내는 친해졌나 보다.

아내가 남겨둔 메모대로 성부장은 3종을 프라이팬에 구웠다. 맛을 보며 그는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 정도면 정말 괜찮군." 성부장은 간단하지만 만족스러운 한 끼를 즐겼다.

S#2. 상어 연골 먹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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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장은 바람 쐴 겸 아파트 앞 벤치에 잠깐 나갔다.

저 멀리서 옆동 사람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이 보였다. 강아지는 활기차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때 옆동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성부장에게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마치 성부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반가워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얼마 전에 이사 온 정수철이라고 합니다." 인상이 좋았다. "아, 이 녀석 요즘 듀먼의 '케어플러스 화식' 덕분에 이렇게 건강해졌어요. 닭가슴살이랑 상어연골이 들어간 거 아시죠? 관절 건강에 딱이에요."

성부장은 잠시 멍해졌다. 수철씨는 계속해서 열정적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명태에 피쉬콜라겐까지 들어 있어서 피부에도 좋고, 연어랑 루테인도 있어서 눈 건강에도 아주 좋아요."

성부장은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딸이 얼마 전에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했었다. 수철씨는 말을 끝내고 자리를 떠났다.

S#3. 친구와 이디야커피에서 시그니처 커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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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혼자 앉아 있다 보니 '가을날의 동화'가 보고 싶었다. 아닌가, 이런 날씨엔 '만추'가 더 나으려나. ChatGPT에 물어보니, '죽은 시인의 사회'와 '그린 카드'를 추천했다. 좋아했던 영화들이지만 뭔가 뜬금 없었다.

그때, 친구 조씨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혼자지? 나도 그래. 거기 이디야커피 있지? 거기서 보자."

조씨가 이디야커피에 먼저 도착해있었다. 아무리 빨리 걸어도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조씨보다 먼저 도착한 적이 없다.

조씨는 주문까지 해놨다. 이디야커피의 시그니처 커피 '시그니처 라떼'와 '민트 모히또 라떼'. 늘 조씨와 있으면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조씨는 시그니처 라떼가 부드럽고 풍부한 맛이며, 민트 모히또 라떼는 이국적 풍미라며 연신 칭찬했다. 그런데 오늘 따라 조씨의 시선이며 말투는 꼭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듯했다. 칭찬을 마치고 조씨는 커피잔을 들어 보이며 "이거 정말 대박이야, 이디야커피가 제대로 일을 했네. 이거 마시면 기분이 확 좋아진다니까!"라고 했다.

성부장은 물었다. "뭐해? 근데 누굴 보고 말하는 거야? 나한테 말하는 거 맞아?"

"너한테도 말하고 두루두루 바이럴 하고 있어."

"이디야커피 바이럴을 왜 네가 해?"

"이 커피가 그런 거래. 계자씨가 이디야 시그니처 커피는 온·오프라인에서 바이럴 되는 품목이라고 했거든."

아무 생각 없이 성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 문득 궁금했다.

"계자씨가 누군데?"

조씨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몰라도 돼. 파이 소수점 42번째 자리 알아? 모르지? 모르고 사는 게 많아."

성부장은 그냥 고개를 끄덕여줬다. 성부장은 속으로만 말했다. '1.'

S#4. 장칼제비가 좋아, 멸치칼제비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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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이야기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됐다. 조씨와 성부장은 근처 마트에 들렀다. 조씨가 오뚜기의 칼제비 2종을 모두 골라 들고 말했다. 신제품이니 한 번 먹어보잔다. '진한 장칼제비'와 '시원한 멸치칼제비'를 사서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조씨는 물었다. "진한 장칼제비가 좋아, 시원한 멸치칼제비가 좋아?" 성부장이 고르려고 할 때 조씨는 스마트폰 문자를 보더니 "아니다, 너 둘 다 먹어봐." 그러더니 조씨가 끓이기 시작했다.

조씨는 성부장에게 CF 모델처럼 먹어봐 달라고 했다. 그걸 보면 자기도 입맛이 산다나?

하긴 성부장은 어릴 때부터 그런 이야길 들었다. 초등학교에서 '맛있게 먹기 경연 대회'가 열렸을 때 반 대표로 나가 선생님에게 직접 지도를 받기도 했다. 초등학교 대회였는지만 저녁 TV 뉴스로 나왔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후, 성부장이 백화점 시식코너를 가면 모두가 그걸 한번씩 보여달라고 할 때도 있었다.

성부장이 칼제비를 CF모델처럼 먹기 시작하자, 조씨는 어딘가를 응시하며 말했다.

"진한 장칼제비는 태양초 고추장과 된장을 사용해 얼큰하고 구수한 국물맛이 일품이네. 알싸한 맛의 다진 파와 고소한 맛의 김∙깨고명을 더해 국물맛을 제대로 살려냈어. 지금 니가 먹는 '시원한 멸치 칼제비'는 남해안 멸치를 우린 깔끔한 국물에…"

이번에는 위화감이 없었다. 성부장은 옛날 생각이 났다. 대회에 우승한 후, 성부장이 면을 먹기 시작하면 주위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는 꼭 조씨처럼 제품을 설명했다. 선생님이 말씀해주시기를, 성부장이 진짜 CF모델처럼 먹으니까 사람들도 착각해서 그런 거라고 했다.

"신제품이라며, 자세히도 아네?"

"응. 계자씨가 말해줬거든. 지난해 말 오뚜기 열라면에 수제비를 더한 '열칼제비' 출시에 이어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대. 소비자들이 전문점 수준의 칼제비를 집에서 손쉽게 만나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하더라고."

"계자씨? 그 분은 뭐 하는 분인데 여러 가지를 아네?"

"아까 그 계자씨랑 다른 분이야. 이분은 오계자씨."

성부장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오늘은 유독 조씨가 말이 많았고, 아내도 갑자기 외출을 나갔고, 뭔가 혼란스러운 날이었다.

S#5. 세탁과 양재동꽃시장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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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조씨가 설거지를 한다며 성부장에겐 세탁기를 돌리라고 했다. 아내가 돌아왔을 때 세탁이 다 되어 있으면 좋아하겠다 싶어서 그러마 했다.

LG생활건강의 '아우라 퍼퓸캡슐 섬유유연제'가 4종이 보였다. 각각 가 붙어 있었다. 양재동꽃시장 스윗만다린 미스틱문라이즈 베이비머스크.

아내 생각이 나서 '양재동꽃시장' 향을 선택했다. 양재동꽃시장···, 거기서 아내를 만났다. 성부장은 그날 짝사랑하던 친구와 약속을 하고 갔었다. 그런데 끝내 그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울해해던 성부장에게 아내가 다가왔다. 둘은 졸업도 하기 전에 결혼했다.

아내는 꼼꼼했다. 섬유유연제에도 메모를 해두었다. "아우라만의 전문 조향 기술을 제대로 적용해 만든 제품이야. 당자가 그러는데, 세심한 향기 설계로 고객들이 그동안 섬유유연제로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누릴 수 있대."라고 적혀 있었다.

당자씨도 아내 친구이다. 세탁이 끝난 후, 옷에 남아있는 은은한 향기에 성부장은 아내가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S#6. 주말 특근비

성부장이 빨래를 마칠 때 조씨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 이것도 제가 해라고요?"

"그러면 수당은 더 주시나요? 예, 알겠어요."

"주말인데 뭐 해달래?"

"응, 특근비 더 준대."

"그러면 가봐야겠네?"

"아니야, 너랑 저녁 먹고 가면 돼."

성부장은 사실 조씨가 가길 바랐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는데, 오늘이 평소보다 더 바쁜 느낌이었다.

S#7. 전문점의 THE 만두맛을 편의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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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출한데 우리 편의점 가자."

"갑자기? 나는 아직 배부른데?"

"아니야, 난 배고파. 가자."

둘은 집 앞 편의점으로 갔다. 편의점 신상품이 들어오는 날인가 보다. '더미식 고기슈마이'로 가득 차 있었다.

"아, 이게 하림에서 별도의 해동이 필요 없는 냉장 만두로 슈마이를 만들었다는 그거군. 이게 뭐 일반 냉동만두랑은 다르대,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촉촉한 육즙을 입안 가득 느껴보길 바라."

"그것도 계자씨가 말하디?"

"응. 그런데 이 사람은 하계자씨야."

"하계자? 너 요즘 무슨 일 하는 거니? 주변 사람들 이름이 다 똑같아?"

"그냥 내가 이름 기억 못 하니까, 그냥 성만 외우고 다 계자씨라고 하는 거야. 관계자야, 관계자. 이해되지?"

조씨의 말을 듣자, 성부장은 아내의 친구인 당자씨도 담당자인 건가 싶어 피식 웃었다.

S#8. 뚜레쥬르 X 잔망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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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려는데 조씨는 갑자기 뚜레쥬르에 들렀다. '잔망루피 이모션 뚱카롱 세트'와 '짜잔! 잔망루피 꽃다발' 케이크 앞에 섰다.

"그건 왜?"

"조카한테 카카오톡으로 보내 주려고."

"내 딸? 걔가 몇 살인데. 애도 아니고. 카카오톡으로 보낼 거면 왜 왔어?"

조씨는 뚱카롱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매장에서도 구매 가능해서 구경 왔지. 이게 요즘 인기라더라고. 요즘 다들 이걸로 선물하잖아? 뭔가 특별해 보여서 좋지 않아? 이걸로 수능 선물하면 좋겠어."라며 말했다.

성부장이 물었다. "넌 수능 때만 되면 애가 초등학생 때부터 수능 선물하기 좋다고 말하더라."

조씨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뭐, 옛날 생각나서 그런 거지. 이것도 이번이 끝이야. 내년에 취직할 때 내가 코치 티셔츠 사줄게." 성부장은 그저 웃어넘겼다. 딸 옷장에 가득한 게 코치 티셔츠였다.

S#9.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 11월 6일 공개

성부장은 피곤했지만 디즈니+를 틀었다. '강남 비-사이드'가 재밌다길래 한 번 보려고 했다. 한국영화시장 역대 최고의 시장분석가가 얼마 전 라디오에서 "액션이 거칠 것 없고 시원시원하다"라고 했던 평이 인상 깊었다. 그런데 아, 11월 6일에 공개한단다. 마음 먹었을 때 봐야 하는데. 그러다 놓친 OTT가 꽤 된다.

디즈니+는 '모아나'를 추천했다. 딸과 함께 너무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굳이 지금 보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영화는 기억으로 소유하는 상품이니까, 그 기억으로 11월 27일에 '모아나2'가 개봉하면 영화관에 가서 보면 그만이었다. 딸이 함께 보러 갈지는 모르겠다.

S#10. 모든 것을 끊김 없이 즐기세요.

성부장은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틀었다. 이것저것 쇼츠를 보다가 성부장은 잠이 들었다.

유튜브는 혼자 계속 플레이됐다.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끊김 없이 즐기세요."

이어서 다른 광고가 끊김 없이 나왔다.

풀무원의 '반듯한식 수제식감 한식반찬', 강아지 화식 브랜드 듀먼의 '듀먼 케어플러스' 3종, 이디야커피의 '시그니처 커피' 2종, 오뚜기의 '칼제비' 2종, LG생활건강의 '아우라 퍼퓸캡슐 섬유유연제', 하림 '더미식 고기슈마이', 뚜레쥬르의 '잔망루피' 컬래보 케이크 등등.

광고가 멈췄다. 성부장 방안의 불이 자동으로 꺼졌다. 불이 꺼지자 스마트폰도 자동으로 꺼졌다.

S#11. 쿠키 : '금주의 인기 신제품 TOP7'

ER 이코노믹리뷰가 이번 주 신제품 기사 가운데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기사 TOP7을 모았다.

- 1위: 풀무원의 '반듯한식 수제식감 한식반찬'

- 2위: 강아지 화식 브랜드 듀먼의 '듀먼 케어플러스' 3종

- 3위: 이디야커피의 '시그니처 커피' 2종

- 4위: 오뚜기의 '칼제비' 2종

- 5위: LG생활건강의 '아우라 퍼퓸캡슐 섬유유연제'

- 6위: 하림 '더미식 고기슈마이'

- 7위: 뚜레쥬르의 '잔망루피' 컬래보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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