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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무법지대②] 국회‧기재위 싸울 동안, 뛰다가 날아가는 담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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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림 기자]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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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형 전자담배는 2007년 후반 국내 도입 이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규제를 피해서다. 도입 당시 액상형 전자담배는 궐련형 연초 담배 보다 유해물질이 현저히 적어 금연 보조제로 인식될 정도였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규제도 없었다. 연초 담배에는 7000여가지의 화학물질과 70여가지의 발암물질이 있는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이에 비해 95% 이상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부분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정부가 세금 부과를 고민한 것은 2011년부터다. 이때 정부는 니코틴 '용액'을 기준으로 1㎖마다 1799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원액과 희석액인 용액으로 구성된다. 사업자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원액과 희석액을 분리해 팔기 시작했고 결국 세수 확보에도 실패하고 만다. 2015년 담뱃세를 인상했을 때 담배사업자들의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준비한 꼼수는 현행 담배사업법이 규제하는 담뱃잎이 아닌 '줄기와 뿌리'에서 니코틴을 추출했다는 변명이다.

담배사업자들의 잇따른 꼼수에 정부의 대응은 '세법 개정'이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세법,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법, 기획재정부(기재부)의 개별소비세법 등 3개 법의 세법에 2021년 8월부터 줄기‧뿌리 니코틴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담배업계가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고안한 것이 합성 니코틴이다. 니코틴의 역할을 하지만 연초를 기반으로 한 천연 니코틴이 아니기 때문에 공산품이라 담배사업법에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야말로 정부와 국회가 뒷북을 때리는 동안 담배업계는 꼼수 법안으로 도망친 셈이다.

찬성 "합성 니코틴도 담배로 규정해야"

현재는 합성 니코틴이 정부의 해묵은 숙제가 됐다.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도입된 지 어느덧 17년이다. 그럼에도 현행 담배에 대한 정의는 1988년 제정 이래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연초(煙草)의 잎을 사용해 제조한 것'만을 담배로 규정하며, 합성 니코틴은 '공산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합성 니코틴은 공산품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일까. 시대에 발맞춰 합성 니코틴 또한 담배로 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나왔다. 20대 국회와 21대 국회에서 합성 니코틴 담배를 규제하자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건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2016년 "담배의 정의에 니코틴을 추가함으로써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하는 천연 니코틴과 더불어 합성 니코틴도 담배의 원료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2019년에는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2월)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6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9월)이 잇달아 '담배 개념 정의 수정'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2020년에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맥락의 개정안을 제안하는 등 갖가지 노력이 있었다.

이처럼 시대에 뒤처진 담배 정의를 수정해야 한다는 꾸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개정이 이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2021년 연초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만을 담배에 포함했다. 결국 합성 니코틴을 규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22대 국회에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모두 한뜻을 모아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는 '청소년 흡연 증가' 이유가 크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합성 니코틴이 청소년에게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학계에서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도 위협한다고 내다봤다. 천연·합성 여부와 관계없이 니코틴 자체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봤다.

실제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는 합성 니코틴을 천연 니코틴 담배와 동일하게 규제 및 권고하고 있다. WHO는 담배규제 연구 리포트에서 "합성 니코틴도 엄연한 니코틴"이라며 "화학성분의 50%가 천연 니코틴과 동일한 S-니코틴으로 구성돼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의 건강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연구도 다수 발표됐다. 미국 서든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2021년 11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논문에서 액상 전자담배의 화학 성분이 세포 기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암뿐 아니라 심혈관, 호흡기, 신진대사 관련 질병을 일으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전자담배총연합회도 꾸준히 합성 니코틴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김도환 전자담배총연합회 대변인은 "여러 사회적 문제 때문에 협회에서도 합성 니코틴을 규제해 달라고 요구해온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라고 호소했다. 규제 사각지대 해소 청소년 흡연 문제점 및 유해환경 해소 담배 유형별 합리적 과세체계 정립 등을 위해 국회가 발의한 법안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협회 측 입장이다. 다만 다양한 담배 유형별로 합리적 세율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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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독성·안전성 검증 안돼, 담배 아니다"

그러나 담배사업법 개정 논의는 매번 실패로 끝났다. 20대 국회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 모두 자동 폐기 수순을 밟았다. 담배 사업의 소관 부처인 기재부의 반대 때문이다.

기재부는 충분한 독성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인정할 경우, 오히려 정부가 유통을 허용하는 꼴로 소비자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다.

올해 2월 말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도 합성 니코틴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기재부는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합성 니코틴이 유해성이 있느냐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조금씩 다르다"며 "이 부분에 논쟁이 있어 정리가 되지 못해 과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도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국내 유통 중인 합성 니코틴 98%는 탈세를 목적으로 천연 니코틴을 합성 니코틴으로 속인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입법보다 탈세 목적의 불법 단속과 전자상거래 금지가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필규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입장문을 통해 "진짜 합성 니코틴은 환경부의 화평법과 화관법에 의해 유해성 검사를 받고 관리되고 있다"며 "전자담배 업계의 불법과 불법을 비호하는 카르텔의 내막도 모르면서 입법으로 과세할 경우 로드숍 소상공인 4000명의 생계가 곤란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담배사업법 개정을 두고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히 부딪히는 사이, 최근 전자담배 시장은 합성 니코틴을 넘어 무(無) 니코틴 담배 등 유사 담배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담배사업법의 정의를 확대하는 개정이 진행될 경우 기재부의 관리 대상이 일부 담배 회사에서 수천명의 담배 사업자로 급증하게 된다. 학계에서는 이 때문에 기재부가 담배사업법 개정안 통과에 미온적인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안에 발표할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간주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10월 초 이미 기재위가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공개를 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합성 니코틴 액상형 담배에 대한 법제화 논의는 또다시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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