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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역사상 최악" 자연의 파괴력에 무너진 스페인…최소 214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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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31일(현지시간) 폭우가 쏟아진 스페인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 거리에 진흙으로 덮인 파손된 차량들이 보인다. 2024.11.01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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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스페인 남동부에서 발생한 폭우로 현재까지 최소 214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실종자 수색이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사상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AP통신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이번 스페인 홍수로 인해 동부 발렌시아에서 211명, 인근 카스티야라만차에서 2명, 안달루시아에서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당국은 이미 투입된 군 병력 2500명에 추가로 5000명의 병력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같은 방침을 전하며 "평시에 스페인군이 수행하는 가장 큰 작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폭우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라며 "정부는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지역에 주말까지 비 예보가 계속되면서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는 1973년 10월 스페인 홍수보다 더 큰 인명 피해를 발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당시 스페인 정부는 남동부 그라나다, 알리칸테 등에서 홍수로 215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집계했다. 로이터는 "이번 참사는 1967년 포르투갈에서 최소 500명이 사망한 이래 유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홍수 관련 재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전날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생필품과 삽을 들고 피해 지역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원봉사자 인파 때문에 응급 차량이 출입할 도로가 막혀 현지 당국이 통행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폭우로 중단됐던 전기, 수도 공급은 현재 상당 부분 재개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소셜미디어(SNS) 'X' 캡처그러나 피해 지역은 여전히 상황이 열악하다. 이번 홍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발렌시아 근교 도시 알파파르 측은 "아직도 집에 시신을 치우지 못해 두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라며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전날 발렌시아 지역에서 약탈 혐의로 주민 50명이 체포됐다면서 주민들이 교대로 상점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외신들은 지난달 29일 스페인 남동부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고 보도했다. 특히 발렌시아 지역에서는 1년 동안 내릴 비가 단 8시간 만에 쏟아졌다고, 안달루시아 지역에서는 10월 한 달 동안 내릴 비의 4배 되는 양이 하루에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가 이 시기 이베리아반도에서 흔히 나타나는 '다나(DANA)' 현상에 기후변화가 겹친 탓이라고 분석했다. 다나는 고고도 고립 저기압을 스페인어로 줄여 쓴 말로,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 강한 비구름을 생성하는 현상이다. 스페인 남동부를 가로지른 차가운 공기가 지중해의 따뜻한 바닷물 위로 이동하면서 강한 비구름을 생성한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로 이같은 집중 호우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수분 증발이 더 많아지면서 폭우의 강도가 세진다는 것이다. 에르네스토 로드리게스 카미노 스페인 기상협회 소속 기상학자는 "수십 년 간격을 두고 발생하던 이러한 사건이 이제는 점점 더 빈번해지고, 파괴력은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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