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 꽁꽁/그래픽=김현정 |
내수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가 급증하고 있다. 음식점·숙박업소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놓이면서 은행권 연체율이 치솟았다. 코로나19 시기에 받은 대출도 점차 만기가 도래하면서 청구서로 돌아올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3분기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기업대출에서 숙박·음식점업 연체율 단순평균은 0.99%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와 견줘 0.26%포인트(P) 급등한 수준이다. 4대은행의 도소매업 단순평균 연체율도 같은 기간 0.47%에서 0.61%로 올랐다.
특히 전체 대출 중에서 중소기업(자영업자 포함)의 비중이 82% 수준으로 높은 IBK기업은행의 숙박·음식점업 연체율은 1.89%로 역대 최고치를 또 경신했고 11분기 연속 상승했다. 도소매업 연체율도 1년 전보다 0.14%P 상승한 0.89%로 악화했다.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은 내수시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이다. 전체 자영업자 중 50% 내외를 차지하는 '골목상권'의 대표 서비스업종이기도 하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내수부진과 얼어붙은 소비심리 등의 여파로 이들이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에서 3분기 서비스업생산지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14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특히 내수와 밀접한 도소매업은 지난해 2분기(-1.1%)부터 올해 3분기(-2.1%)까지, 숙박·음식점업도 지난해 2분기(-2.0%)부터 올해 3분기(-1.9%)까지 6개 분기 연속 업황이 악화했다.
재기보단 폐업을 택하는 가게도 늘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폐업한 외식업체는 6290곳, 폐업률은 4.2%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인 2020년 1분기 폐업률 4.4%와 맞먹는다. 지난 9월말 기준 종사자 수도 숙박·음식점업이 지난해 동월 대비 2.3%, 도소매업은 0.6%씩 각각 줄었다. 그간 은행권의 이자캐시백 등 민생금융지원사업과 만기 상환유예 등으로 버텨왔으나 이자·인건비 부담에 상환의지를 잃고 '차라리 폐업'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휴·폐업자 증가에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제도인 새출발기금의 지원기간을 2026년 12월까지로 늘리고 지원대상이 되는 사업영위 기간을 지난 6월까지로 확대 운영 중이다. 정부는 새출발기금을 40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서비스업 쪽에서 연체가 많이 나타났다"며 "식당·숙박, 도소매 쪽뿐만 아니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 서비스업이 일부 포함된 다른 업종의 연체율도 같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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