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5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났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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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구호를 내걸고 새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략 경쟁 중인 중국에 대해 거친 압박을 공약했다. 4년간 와신상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다시 대면하게 된 중국은 말을 아낀 채 전열을 정비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며 경제적 대결과 탈동조화(디커플링)를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중국을 압박한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의 최혜국 지위를 박탈하고 필수 재화의 중국산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등의 과격한 공약을 내놨다. 핵심 분야에 대한 정밀 타격이 아닌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융단 폭격을 예고한 것이다. 사업가 출신으로 협상에 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강력한 카드를 내민 채 ‘2차전’을 벼르고 있다.
공식 공약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내놓은 정책 제안 ‘어젠다 47’에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60%로 올리고 전체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4272억달러로 전체 수출(3조3800억달러)의 12.6%를 차지했다. 대외 경제 의존을 줄이고 미국 산업 보호·육성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6~2020년 중국을 강하게 몰아붙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에 중국은 말을 아끼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뒤 “미국 인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는 한 줄짜리 성명을 내놨다. 앞서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미 대선 결과가 중국의 외교 정책 혹은 중·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우리의 대미 정책은 일관된다. 우리는 계속해서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호혜의 원칙에 따라 중·미 관계를 대하고 처리할 것이다”라고만 답했다. 관영언론들은 7일 오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간략히 소개할 뿐 자세한 분석 기사는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증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에 주가가 하락하는 등 경계심을 나타냈지만 강도는 크지 않았다. 중국 대표 주식 시장인 상하이 종합지수가 6일 0.1% 하락했고, 선전 종합지수는 0.35% 내렸다. 글로벌 투자자에게 열려 있는 홍콩 항셍지수는 2.6%로 하락 폭이 다소 컸다. 외국인이 접근하기 힘든 상하이·선전 주식 시장이 홍콩 시장과 견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대선 전 중국 관련 전문가들은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새 당선되든 미·중 전략 경쟁의 구도는 유지되고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정책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안보 분야에서도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나 경쟁자’가 아닌 ‘전체주의적 적’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바이든 행정부보다 한두 발 더 나아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탈퇴를 시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료하겠다고 밝히는 등 바이든 행정부 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리더십보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적 기조가 중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일본, 유럽연합, 오스트레일리아 등과 함께 던졌던 ‘대중국 포위망’의 간격이 헐거워지면서 중국의 활동 반경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왕신셴 대만국립정치대학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은 “트럼프는 외교·안보 측면에서 ‘일방주의’를 선호하며 한국·일본·대만과 같은 동맹국에도 ‘보호비용’을 요구하는 등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며 “이는 중국을 견제하는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2020년 재임 시절 파리 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WTO) 등의 탈퇴를 선언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를 분명히 했는데, 이런 행보가 재연될 경우 미국이 철수한 공간을 중국이 파고들 수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라는 대외 팽창 정책과 브릭스, 상하이협력기구 등 대서방 국제기구의 확대에 힘써왔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국제무대에서 미국 등 서방 세력에 대항하는 개념인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의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대만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도는 중국에는 기대를, 대만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그 어떤 문제보다 앞서는 국가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등 실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관세를 150~200% 부과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장영희 충남대 평화안보연구소 연구위원(정치학)은 “대만은 지난 8년 동안 외교·안보적으로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 됐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 이슈가 ‘변수’가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라이칭더 정부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를 통해 미국의 국익을 챙기는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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